짧고 길게/산문

윤선애의 노래를 듣다

빛의 염탐꾼 2008. 8. 24. 05:52

어제 조카가 와서 오늘 친구를 불러 교보문고에 간다기에

같이 갔었지

얼마전에 노래모임 '새벽'의 대표가수 윤선애의 앨범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있나 싶어 진열장을 둘러보니 없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국가요의 진열장 밑, 재고품과 안 나가는 음반을 넣어두는 서럽구석에서 한장 있다며 건네주더군

'저 평등의 땅에' '그날이 오면' '사계' '선언 1, 2' '철의 기지' '잘가오 그대' '뒤돌아보아도' 등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불렀던 수많은 노래들을 만들었던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 음악분과 '새벽', 그리고 그 노래들을 노찾사가 공연과 정규음반에서 부르기 전에 먼저 불렀던 윤선애

 

'그 안에 습한 공기와 투명해서 빛나는 사랑과 희망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말처럼 사랑과 희망은 화려한 대형서점의 진열장이 아닌 찾는 사람없는 상품을 쑤셔넣어 놓은 서점의 구석진 서랍에서 고스란히 먼지를 맞고 있는지도....

 

달랑 5곡이 실린, 대략 새벽이 활동공간의 다변화를 시도하고 그리고 활동을 중단할때까지(1992-94)의 대표적인 노래들로 김정환 시인이 노래말을 쓰고 박정호, 이현관, 황난주, 등 새벽의 리더 문승현이 러시아로 음악유학을 떠난 후에 새벽의 음악을 담당하며 쓰리게 활동중단을 선언한 이들이 작곡한 노래들이다. 대부분이 사랑노래라는 외적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속에 역사와 사회라는 거대담론이 자리잡고 있어 무겁지만 또한 투명하다.

 

기억, 흐르다(김정환 작사, 박정호 작곡)

내가 알기로 이 노래는 새벽의 마지막 공연인 칸타타(어떤 음악형식인지는 잘 모르나 공연실황을 담은 테잎을 봤을때 50여분간에 걸쳐 남성과 여성의 독창이 그리고 간간히 두명의 중창과 그리고 남녀 합창이 어우러지는 음악극과 비슷) '러시아에 대한 명상'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노래이다.

 

언젠가 내게 말했지

우린 이러다가 흘러가는 강물 위에

그냥 달빛으로 또 흘러가는 것 아니겠냐고

그래도 좋지 않겠느냐고

아름다운 것이 되면 좋지 않겠느냐고

사랑한다고

그 뒤로 우리 헤어져

서로 얼마나 세월을 흘려보낸 것일까

이미 역사는 가버린 어떤 것

어떤 기억이 우리에게 남아 있을까

걸어오지만 너는 이미 멀리 가고

너의 눈동자 속에 내가 점점 멀리 가고 있어

아 보고 싶었어

그러나

흔적이 없고

내 뒤에 누추했던

따스한 네 모습 보여http://dawn.logosia.com/frmn3.html

 

 

이별(김정환 작사, 황난주 작곡)

권진원의 2집인가 3집에 실려있는 노래이다. 실제로 권진원은 새벽의 공연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물론 또 다른 공연에서 윤선애가 부른 노래도 어느 누군가가  새벽의 공연실황을 올려놓은 한 사이트에서 들었던 적이 있다. (http://dawn.logosia.com/frmn3.html)에 가면 두가수의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명상과 아래에 나오는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와 '하산' 등 다른 노래들도 불량한 음질로 들을 수 있다.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내 마음엔 비가 내리네

아스팔트 하얗게 적셔지고

멀리서 여기까지 궂은 비 내리네

정착역 그대가 된 커다란 이정표

하나

차갑고 쓸쓸한 그대

등 뒤로 오는 세월이 떠나가고

그 길은 무너져 내린다

아 난 네게서 멀어져가고

영영 돌아보지 않으리

내 가슴엔 이별보다 더 큰 만남 없으리

 

종착역 그대가 된 커다란 이정표

하나

차갑고 쓸쓸한 그대

등 뒤로 오는 세월이 떠나가고

그 길은 무너져 내린다

아 난 네게서 멀어져가고

영영 돌아보지 않으리

내 가슴엔 이별보다 더 큰 만남 없으리

 

내가 가고, 네가 달려오는 이별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최용만 작사, 박정호 작곡)

최용만은 또다른 새벽의 가수이다. 러시아에 대한 명상에서 윤선애와 함께 노래를 불렀고 그 후 정태춘의 노래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기억이 맞다면)에서 정태춘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4집에서 노찾사의 남성가수가 불렀다. 가사로 보아 러시아로 음악유학을 떠나는 문승현을 소재로 한 것 같다.

 

먼 훗날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하여

오늘 우리 헤어짐의 눈물 보이지 않으리

흐르는 세월의 역류한 젊음의 피땀이

지나간 계절의 눈물로 빛날지라도

눈을 감고 격한 호흡을 고르며

떨군 고개를 들어

흐린 먹빛 하늘 저 편 먼 곳에

아직 남아 있을

희망의 조각 들추어 떠오는

구름 한 점이라도  

노래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리라

 

흐르는 강물 넘어 푸르른 산 위로

그대 아쉬움 남은 눈빛, 깊은 한숨이

비 되고 선바람 되어

더운 세상에 내릴 때까지

오늘 우리 기다림의 눈길로 대신하리

 

 

거리(김정환 작사, 이현관 작곡)

이현관은 새벽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를 작곡하였다.

 

돌아보지 마라, 잊지 마라

잊지 못해 뒤돌아보면 헐벗은 나무

돌아보지 마라

돌아볼수록 무성한 나무들은

등을 돌린다

도시는 화려할수록 막막하고

그대는 어디 있는가

눈물은 어디에

돌아보지 마라, 텅비어 있다

그댄 누구의 눈물로 반짝이는가

 

거리는 어두울수록 찬란하고

내 마음 별자리 하나 눈물로 빛나네

돌아보지 마라, 거리는 흐른다

그댄 누구의 강되어 흘러가는가

그댄 누구의 발길이 되었는가

 

 

하산(김정환 작사, 이현관 작곡)

 

저 아래 사람들 사는 아파트 상가

아스팔트 길 건너 산 동네 불빛

멀수록 아늑하게 반짝이는데

그래 약속 하는 거야

영원히 산다면 세상은 이리 아름답지 않아

스스로 간절한 줄 모르는 빛일 뿐이지

세상을 포옹하는 늦은 하산

발걸음은 어둔 산에 묻히고

삶이 저 아래 사람들 사는 곳으로 이어진다

 

영원히 산다면 세상은 이리 아름답지 않아

스스로 간절한 줄 모르는 빛일 뿐이지

세상을 포옹하는 늦은 하산

발걸음은 어둔 산에 묻히고

삶이 저 아래 사람들 사는 곳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