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독서일기

보르헤스 전집 4- 칼잡이들의 이야기

빛의 염탐꾼 2008. 8. 24. 06:27

보르헤스 전집 4- 칼잡이들의 이야기

(황병하 옮김, 민음사)

 

 

1부

작가/꿈의 호랑이들/대화에 관한 대화/발톱/가려놓은 거울/새의 숫자와 관련한 논증/포로/환영/델리아 엘레나 산 마르꼬/죽은 자들의 대화/음모/어떤 수수께끼/노란 장미/목격자/마르띤 피에르/변천/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에 관한 우화/천국XXXI, 108/궁전의 우화/전체와 무/꿈/지옥 I, 32/보르헤스와 나/과학에 대한 열정/케네디를 추모하며

 

2부

서문

끼어든 여자/비열한 사람/로센도 후아레스의 이야기/만남/후안 무라냐/노부인/결투/또 다른 결투/과야낄/마가복음/브로디의 보고서

 

 

[브로디의 보고서]는 외형 구조에서 [만남]보다 훨씬 초심리학/심령학적 구도에 기울어져 있다. 여기에는 이런 유의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목격자(여행자)와 그가 남긴 기이한 기록물이 등장한다. 그 여행자가 남긴 기이한 기록물을 그대로 옮기고 있는 듯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단편이 다루고 있는 유사 고고인류학적 환상성의 무대는 <물크>, 또는 <야후>라 불리는 종족이다. 목격자와 기록물이라는 장치를 통해 마치 실제인 것처럼 위장되며 전개되는 이 단편에서 드러나는 그 기이한 종족에 대한 이야기는 일견 많은 괴기스릴러물의 줄거리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금세 그 종족이 소위 우리 문명권에서 이해하고 있는 삶과 죽음과 내세와 문학과 수학 등의 개념에 대한 매우 예리하고 전복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넷까지밖에 못 세는 그들의 수 개념은 문명권의 수 개념이 가진 상대성에 대한 통렬한 뒤집기로서 그들은 넷까지밖에 세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 둘, 셋, 넷 하다가 그 다음은 그냥 <많음>이라고 한다.

-황병하의 작품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