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미학에세이-앙겔루스 노부스
진중권의 미학에세이-앙겔루스 노부스
순서
여는글
1. 미와 에로스-플라톤(플라톤의 향연, 미셀푸코의 쾌락의 활용)
2. 피그말리온의 꿈-오비디우스(플라톤의 국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하이데기의 예술작품의 근원)
3. 헤라클레스의 돌-플라톤(플라톤의 이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4. 말의 힘-위 롱기누스(롱기누스의 숭고에 관하여,플라톤의 고르기아스)
5. 메갈로프쉬키아-디오게네스((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철학자들의 삶과 가르침중 제 6권 디오게네스)
6. 죽어가는 것들-백과사전(데카르트의 정념론, 데이비드 흄의 정념에 관하여, 스피노자의 에티카)
7. 옛 것과 새 것-브왈로(미셸 푸코의 감시와처벌)
8. 물, 불, 공기, 흙-롱기누스(칸트의 판단력 비판, 에드먼트 버크의 숭고의 미와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연구)
9. 자연의 결함?-헤겔(헤겔의 헤겔미학)
10. 앙겔루스 노부스(발터 벤야민의 역사에 관하여와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닫는글
앙겔루스 노부스(신천사).
이 글을 이제까지 내가 쓴 글의 미학적 결론을 보여 주는 하나의 예로 제시한다.
클레의 그림을 통해 나는 파라다이스의 들뜬 희망을 참담한 좌절감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80년대 우리들의 슬픈 경험을 처리하려고 하였다.
승리하기를 멈추지 않는 자들에 의해 독재자들의 망령이 차례로 부활하고, 우리를 위해 죽은 자들의 무덤이 적들에게 비웃음당하고 모욕당하기 위해 파헤쳐지고 우리에 의해 잊혀지고 외면당하는 이 위험의 순간에, 나는 다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다.
천사는 등을 돌리고 있다. 뒤들 돌아보지 말라. 이는 흔히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천사는 등을 돌리고 있다. 그리하여 천사는 뒤을 돌아 미래를 보지 않고 눈앞에 펼쳐지는 과거의 파노라마을 응시한다.
저항을 위해 굳이 돌아볼 수 없는 미래의 최종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분홍빛 채색을 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문명의 시작부터 이제까지 걸어온 우리의 역사를 직시하는 회고적 인식이다. 그 경험들의 단편을 별자리처럼 짜내어 거기서 희망의 불꽃을 찾아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라.
아직도 사회 곳곳에 흩어져 조그만 실천을 하는 불꽃들이 보일 게다. 그 불꽃들을 연결하여 별자리를 짜듯이 시시각각으로 우리의 희망을 짜야 한다.
날개를 펴고 뒤로 밀려 날아가는 신천사처럼 우리의 저항도 우리를 파라다이스에 가까이 가게 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소위 물질적 '진보'라는 이름의 바람은 우리의 저항을 비웃으며 우리를 사정없이 뒤로 밀어낼 것이다.
숫자로 표현되는 물질적 발전 속에서 자연은 파괴되고, 몸은 망가지고, 정신은 황폐화되고, 인간은 천박해지고.... 그리고 그 빠른 발전 속도를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정신적 후진성은 우리를 끝없는 절망에 빠뜨리며 우리 발 앞에 새로운 파국의 페허를 던져놓을 것이다.
이 위험의 순간. 이는 사회의 "예외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정상적 상태다. 슬픈 얘기지만 사회는 언제나 그럴 것이다. 바로 이 위험의 순간에 나는 현재를 구원하고자 "죽은 자들을 깨우고 패배한 자들을 다시 한데 모으고" 싶다.
앙겔루스 노부스. 저 한 장의 그림은 내게 단지 미적으로 지각해야 할 인식론적 '대상'이 아니다.
나와 존재론적 닮기의 놀이를 하기 원하며 그 슬픈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주체, 무력하게 머리만 자란 또 하나의 멜랑콜리커(melancholiker:우울한 기질을 가진 사람)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 앙겔루스 노부스의 마지막 구절_
'이 이상한 상태는 사회의 예외상태가 아니라는 슬프지만 사회는 언제나 이러할 것이라는'..... 그리하기에 저항을 멈추지 않겠다는.... 아이러니로 꽉찬 사회에서는 주체 또한 아이러니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이 책은 진중권의 독서일기이다. 거기에 수많은 그림읽기를 가미하여 한권의 미학에세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