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독서일기

문학적 지성-박철화

빛의 염탐꾼 2008. 8. 24. 06:50

문학적 지성-박철화

 

 

오랜만에 고른 문학비평서가 하필 이 모양이라니. 어딘가에서 저자의 이름을 들었고 그가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쯤을 알고 있기에 읽었더니 이건 영 읽은 사람의 기분을 망가뜨리는..... 뭐 읽는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도 예술의 한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감정의 긴장관계를 던져주는,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문제의식 하나 심어주지 않고 그저 기분나쁘게 하는.....

 

1부의 서론들은 그저 그런 문학적 상황들을 서술하고 있어서 그런가 했는데 2부의 시비평은 시인들이 시집을 낼때 발문을 부탁하여 써준 것들이 대부분으로 비판적인 분석하나 없는 주례비평 이하의 수준으로 쓰여진 것들이 대부분이고 3부의 소설평 또한 뭐 하나 새롭고 개성적인 관점이 없는 평으로 일관하고 있다. 친분관계의 친밀도와 정치적 입장이 비슷한 김훈에 대해-열린우리당이 아니란 것만 밝힐 뿐, 한나라당이라고는 왜 밝히지 않는지, 그 의뭉함이란?-서만 열심히 작품을 향한 문학적 수사를 넘어 그의 습관과 취미까지 옹호하는 모습이란....

 

그리고 4부는 읽은 나를 놀라게 하였다. 정치적입장을 고려해도 그가 던지는 문제의식의 수준이 이건 아니다 싶은-노무현에게 표를 찍은 신세대들이 순진하고 철없다고 비판을 하는가하면 자유경쟁을 통한 질의 향상이라는 명목을 세우고는 있지만 교육문제와 관련하여 기부금입학제를 적극 옹호하고 있고 이라크 전쟁의 파병과 관련하여 미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는 점 등-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아무리 자신이 안정을 바라는 보수주의자라고 밝히고 있고 지금의 현상이 보수적 기성세대의 책임도 있다고 슬쩍 비껴서지만 감히 서울대를 나와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이가 자본과 미국의 속성에 대한 한마디의 언급도 없이 그토록 그에 대한 우호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지..... 문학적이고 사회적인 비판의 깊이가 읽는 이를 당황하게 하는, 책의 제목은 하필 왜 그렇게 지은 것인지, 역설을 의미하지는 않을텐데.....책의 어딘가에 그의 전화번호가 있었다면 당장 전화하여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 프랑스에서 학위받은게 사실이냐..... 혹시 돈주고 산 것은 아니냐....

 

그렇다고 나의 정치적 입장이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그들을 옹호할 이유는 전혀 없다. 어쩌면 현실적으로 정치에 대해 무정부적 경향을 가진 내가 그의 문학비평과 정치비판에 대해 위와 같은 느낌을 받는 것에는 기득권이란 참 무서운 것이구나? 하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좋은 환경에서 자라 서울대라는 관습교육적 최고를 지향했던 인물들은 그 기득권을 놓지 않을려고 하는 게 당연하긴 한가보다. 그래서 어서 빨리 기부금(뒷돈)을 듬뿍 내고 정식교수로 자리잡고 싶은 것인지도.....그런데 여기서 다시 의문

 

점점 더 사회문화적으로 고착되어 가고 있는 자본과 권력의 속성을 외면하면서 기득권에 꽁꽁 발목이 잡힌채로 자유로운 상상력의 산물인 예술과 문학작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발언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아무리 그의 직업이고 안위를 위한 것이라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