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미래
지나간 미래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 한철 옮김, 문학동네, 1998
차례
1. 근대사에 있어서의 과거와 미래의 관계
-근대 초기의 지나간 미래
-역사는 삶의 스승인가
-근대 혁명개념의 사적 기준
-로렌츠 폰 슈타인의 역사예측
2. 사적 시간규정의 이론과 방법
-개념사와 사회사
-역사, 역사들, 시간의 형식구조
-서술, 사건, 구조
-우연 :역사서술에서의 계기화의 불가능성
-입장연관성과 시간성
3. 역사적 경험변화의 의미론
-비대칭적 대응개념의 사적.정치적 의미론
-역사의 생산가능성
-공포와 꿈:제3제국에서의 시간경험
-'근대' :현대적 운동개념의 의미론
-경험공간과 기대지평
이 책에 실린 열네편의 논문들은 그 각각이 이미 전문분야에서 잘 알려진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역사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적 지식의 측면은 오히려 이 책에서 부차적으로 다루어진다. 역사연구의 방법론이나 역사서술의 각론을 넘어서 역사적 인식에 대한 체계적 성찰을 보여주려는 것이 이 책이 지니는 의도이며, 특히 인식과 시간의 관계가 중점적 위치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철학적 인식론의 영역에 머무는 것은 결포 아니다. 그는 개념사라는 방법을 선택하여 딱딱한 사료에서 벗어나, 회화, 각종 사전들, 꿈, 정치가의 발언 등을 인용하고 있다. 이러한 예들에서 포착되는 경험과 기대의 관계를 토대로 그는 근대의 시간구조를 파헤친다.
그의 관심사는 초역사적인 인류학적 차원의 시간구조나 물리학적 차원의 시간구조를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다가 근대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발견되는 시간구조를 밝히는 것이다. 18세기 중반 이후의 근대에서는 경험공간과 기대지평이 분리되는 가운데 새로움이 낡음을 지속적으로 청산하면서 경험은 점점 적어지고 기대는 점점 커진다는 것이 그의 테제이다. 미래의 세계는 현재와 과거의 세계와는 질적으로 다르리라는 확신속에서 시간이 갖는 원칙적 동질성이 파괴되고 시간구조 속에서 미래가 차지하는 몫이 불균형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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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느 학자가 평생에 걸쳐 보여주려 했던 비극적 시간구조에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채 다시 진보의 희망만을 되풀이하여 노래하거나 아니면 그러한 시간구조를 애써 무시하며 또다른 자의적 해방선언에만 몰두한다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서양에서의 예에서와는 다른 또 하나의 덫일 수밖에 없다. 다시 문제는 시간이다.
-개념의 흔적에 담긴 시간들(한철의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