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십팔번
빛의 염탐꾼
2008. 8. 24. 14:54
십팔번
십팔번에선 언제나 술냄새가 난다
삶의 기준과 실상이 날마다 삐거덕거리는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세상과 섞이기 위해 아니
매일 매일의 처참을 잊기 위해 위안 받기 위해
가요방만 가면 부르는 십팔번은
뽕짝이다 트로트다 가끔씩
흐린 오후나 비 오는 밤이면
포크다 정통 불루스다 축축이 젖어 무거운 노래
리듬을 타도 보지만 좋아하지만
그 노래들을 난 부르지는 못한다
(하긴, 행진곡풍 투쟁가를 죽으나 사나 부른 적이 있긴 있었다)
어쩌다 그런 노래를 부르면
박자와 음정이 틀리는
씁쓸한 웃음이 이는
삶의 사상과 현실이 날마다 부딪치는
음치인 나의 십팔번은
천박하다고 비판하면서도 영락없는
뽕짝이다 트로트다 언제나
나의 생활에서는 경박한 탬버린 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