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낙화암 뱃노래
빛의 염탐꾼
2008. 8. 24. 17:29
낙화암 뱃노래
패배한 역사 뒤로 슬픈 이야기만 남아
니나노 장단에 흔들리는 노래는 천박하다
충효와 정절, 축축한 전설을 기워 입고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 아래
철지난 유행가는 정처없이 흔들리고
악다구니로 흔들어 불러보아도
슬픈 역사는, 슬픈 역사
슬픈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
이긴 자의 싸움은 전설이 될 수 없어
신파의 타령도 영웅의 노래도
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지성의 문제임을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임을
봄 햇볕 속 때늦은 찬바람 잠든 볼을 깨우는데
진달래 후드득 떨어지는 낙화암 벼랑 아래
객쩍은 연애사만 트로트 박자로 뽕짝대는
사월 백마강 유람선에서
슬픈 이야기, 삭히고 삭혀
날 선 노래가 될 순
없을까, 독한 향기 품은 술이
그 술에 취한 콧노래가 그리운 나는
시퍼런 강물에 눈이 찔리고
신파도 싫어 영웅의 노래도 싫어
고여 썩어가는 가슴 속 눈물을
방생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