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염탐꾼 2008. 8. 24. 18:31

나팔꽃

 

 

1

 

어둡고 낮은 곳을 기어오르는

천성으로 인해

밤마다

내 몸엔 열이 올랐다

 

빛을 훔쳐라 빛을 훔쳐라

 

돌담을 감아 올라

호박넝쿨을 비집고

남몰래 피어오르는 기상나팔

 

 

2

 

새벽이 지나

햇살에 눈 먼 꽃들

빛의 주인공처럼

다투어 피어날 때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연분홍 입술을 깨물었다

 

2000년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