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귀향일기 1
빛의 염탐꾼
2008. 8. 24. 19:21
귀향일기.1
-어머님 전
시대에 멀리 뒤떨어진 아들이 되어 다시 찾는
올해는 너무나도 먼 귀향이었습니다
피눈물로도 육십 고개 보란 듯이 넘겨온 어머니
어머니의 투명한 눈물 속 깊이
노동의 연륜으로 살아 뛰는 분노를 봅니다
이 저녁
어머니의 긴 침묵 속으로
내년엔 중고 자가용이라도 몰고 와서
언제나 썩혀야 하는 배추 무우 한가득 싣고 갈 거며
내자식도 집 장만했다는 자랑삼으시게
입택 한번 살뜰히 해볼 거라는
비극적인 코메디 한토막 연출도 해 봤지만
방안 가득 웃음소리 타오르지 않음은 무엇 때문일까요
저도 압니다
삶의 치장은 우리 것이 아니어도 좋다는
노동 속의 인생만이
노동을 부여잡고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가르침이
가슴에 와서 우는데
생산의 작업복이 죄수 마냥 움츠려지는 식민의 아들로
오늘은
내 몸 누일 어머니 품속까지
찌든 생활의 모습 감추며
유행 지난 양복 걸치며 돌아왔지만
고통의 깊이만큼 투쟁의 삶을 채워오신 어머니
싸워 승리할 겁니다 끝내 건설할 겁니다
빛나는 작업복 금의환향의 그날까지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천년의 무게로
천둥 번개 비바람을 추스리는 갈대숲
허연 백발로 지키고서 어머니 손발 부여안고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