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목계장터
[스크랩] 애기똥풀이 호남정맥을 만났을 때 (곰재 - 주랫재)
빛의 염탐꾼
2008. 9. 4. 08:38
제7차 호남정맥 환경실태조사 일시 : 2005년 4월 19일(화) ~ 4월 24일(일) 구간 : 곰재(화순군 청풍면/장흥군 장평면) ∼ 주랫재(보성군 율어면/보성군 벌교읍) 지도상거리 : 84km(394.8km/462km) 화순과 장흥의 경계인 곰재에서 다시 시작한 호남정맥 탐사는 연보랏빛 얼레지군락으로 이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국사봉을 지나고 노적봉에 오르니 그곳은 호남정맥에서 땅끝으로 가는 산줄기를 갈라내고 있었다. 땅끝기맥의 시작점, 바람재. 117km의 산줄기는 영산강과 탐진강 수계를 가르며 월출산과 두륜산을 품고 해남 땅끝으로 스러지는 것이다. 산줄기가 바다로 스러지면서 마침내 마을을 따라 흐르는 강물도 바다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호남정맥이 광양 백운산에서 바다로 스러짐과 동시에 섬진강 물이 바다와 하나가 되듯 그렇게. 장흥군 장동면 감나무재에서 '작은산'에 올라서자 바다가 눈앞에 지척이다. 지난 겨울부터 수없이 많은 산들을 오르내리면서 첩첩산중을 결코 벗어날 수 없을것만 같았는데 눈앞에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 것이다. 마치 이 끝없이 펼쳐진 남해바다를 바라보기 위해 이 험난한 과정을 걸었던 것 마냥 가슴이 벅차 오른다. '작은산'을 지나 큰산 '제암산'을 향해 걷는 길은 발걸음이 마냥 가볍다. 그러나 이제 호남정맥 환경실태조사도 이제 끝을 다해 가는가 싶어 벅찬 마음은 아쉬움으로 되돌아온다. 과연 호남정맥의 최절정이라는 제암산, 사자산, 일림산은 즐거운 산행길이었다. 그러나 사람도 이름을 얻으면 삶이 피곤해 지는 것처럼 산도 이름을 얻으니 그만큼 피곤해 보였다. 고속도로처럼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걸으면서 호남정맥의 수없이 많은 '야산'들이 그리워졌다. 전라도땅 칠할이 산이라지만 그 칠할 중 어엿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산들이 얼마나 되랴! 그저 '야산'이라는 이름으로 묵묵히 산줄기를 이어주고 서 있는 모습이 무명옷 입은 가난한 민초들의 삶과 오버랩 되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장흥을 지나 이제 보성으로 발걸음을 계속 이어간다. 활성산에 오르니 득량만이 시원스레 보이고 봇재 부근으로 녹차밭이 비탈에 켜켜이 이랑을 이루고 있다. 풍광으로야 여느 도원경 못지 않지만 산자락을 잠식하고 있는 녹차밭을 바라보는 마음이 지난 겨울, 장수군 천천면에 펼쳐진 고랭지 채소밭을 떠오르게 했다. 녹차밭을 또 지난다. 그야말로 '녹차'의 고장 보성답다. 다만, 봄가뭄에서도 푸릇푸릇하게 새싹을 틔워내는 녹차의 싱그러움이 주위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글·사진/광주전남녹색연합 자연생태부장 정은실 |
출처 : 애기똥풀의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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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 어언 몇년이 흘렀다... 숲에서 보낸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