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텃밭-생활의 발견

오늘은 휴전이가 봐요-폭음에 대한 기억

빛의 염탐꾼 2009. 1. 27. 04:31

쑥스러운 기억하나 이야기할까요..... 내가 초등학교는에 다닐 때는 보통 9월말이나 10월초가 되면 운동회를 열거든요. 모두 그 기억이 생생할 껍니다.... 지금 내가 얘기하는 것은 즐거운 운동회 얘기가 아니고요. 운동에는 잼병인(아니 운동(?)에는 도사고요, 껄껄.....  체육이라 해야겠지요) 내게 똑똑히 남아있는 기억, 난 운동회가 너무 싫었다는 것, 그 첫번째 이유는 달리기 시작할 때 나는 총소리 때문이었고요. 두번째는, 그땐 그랬어요.... 인간에 대한 예의가 남아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물건이 귀한 시절이라 그랬던지, 잘은 모르지만 운동회에서 상을 하나도 못 탄 아이들을 운동회가 끝날 쯤 불러세워서 공책이나 연필 등을 하나씩 쥐어주었던 기억.....물자가 귀한 시절이니 자존심(?)이고 뭐고 하는 그런 사치스런 생각은 눈꼽만치고 없었던 것 같고, 노트 한권도 언감생심이지 하면서 선선히 일어섰던 기억....

 

운동회를 싫어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이 안가겠죠.... 보통 새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되면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답니다. 상을 못 탄다는 자존심 손상(?), 뭐 그것 보다는 총소리 때문이였지요. 지금도 가끔씩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공부는 하나도 하지 않아 쩔쩔매며 쫓기는 꿈을 꾸듯이 나는 9월만 되면 운동회 노이로제에 걸려 하루도 편안하지 않았답니다. 100미터 달리기(아니 80미터 정도였던 같네요) 출발선에 서면 그 두려움이 극도에 달해 벌벌 떨었던 기억이....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식은땀이..... 달리기 실력이 모자라 상을 타지 못하는 것은 내겐 아무일도 아무일도 아니였지요. 그렇게 운동회가 끝나면 내겐 일년이 무사히 지나간 것이였지요..

 

 

총소리와 관련된 또 하나의 쑥스러운 기억, 내가 대학을 다닐 때 1학년과 2학년은 병영이라고 해서 일주일간 군대에 들어가서 훈련이라는 걸 받았답니다. 1학년 때는 가까운 대구 근처의 50사단에서, 2학년 때는 좀 더 멀리 휴전선의 전방으로 갔는데요. 1학년, 1986년 오월, 병영 들어가서 사격훈련에서 난 한방도 맞추기는 커녕(아마 일인당 세발의 할당량이 있었던 걸로 기억) 어떻게 총을 쏬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방아쇠를 한발씩 당겨야 하는데 내가 쏜 총알은 그냥 세발이 한꺼번에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옆 친구의 과녘에 6발이 명중되었다는 사실.....

 

 

그런데 그 소리에 대한 두려움도 한번의 경험으로 조금은 나아졌는지 2학년 때는(여전히 세발의 할당량이었던 같고요) 사격선수처럼 100% 과녘에 명중되었다는.....

 

어제부터 그 쑥스러운 소리에 대한 기억이 스멀스멀 내 잠자리를 차지해 잠을 못들게 하고 있어요. 소리에 민감한 나는 원래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데 춘절을 맞이하여 터뜨리는 중국의 폭죽(여기서는 鞭炮라고 하지요)소리가 저를 미치게 할 정도랍니다. 그래서 섣달 그믐날 밤 11시 50분에 카메라를 들고 나갔어요.

 

 

낮에는 주로 부녀자들과 아이들이 놀이삼아 땅에다 터뜨리는 그야말로 폭죽이었는데 밤이 되니 그야말로 정규군이 상륙한듯 대포소리를 내는 군산복합(군대와 기업의 연합)형 불꽃놀이로 변해 있었습니다. 인구 300만 정도 도시전체의 땅바닥부터 하늘까지 폭죽과 불꽃이 쉴새없이 이어지는........  장관이라면 장관일테지요. 

 

 

 

중국인들이 터뜨리는 폭죽에는 귀신과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는군요. 한 때는 중국정부에서 소음방지와 안전을 위해 춘절기간 대도시에서의 폭죽사용을 금지시켰는데 물리칠 귀신과 사악한 기운이 도처에 널려있어서인지 아니면 오래된 풍습을 어찌할 수 없어서인지 다시 허용했다는군요.

 

 

어제 하도 시끄러워 창문으로 보니 왠 아저씨 하나가 폭죽을 터뜨려놓고는 급히 집으로 들어가길래, 무슨 액운을 쫓는데 저리 무성의할까? 싶었는데, 오늘 아는 중국형님에게 물어보니 춘절선물로 폭죽이 많이 들어와서 그렇게라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둥.....

 

 

하여간 어쨋든 전 평화주의자여요. 시끄러운 소리는 정말 싫어요. 작은소리에도 잠이깨는 무서운 불면증을 달고 살기에  제발 세상이 조용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