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애-미완성 음반에 대하여
윤선애, 나아가 노래모임 '새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꽤나 있다. 이미 오래전에 그 어딘가에서(이 글이 '밥 자유 평등 평화'의 싸이트에 올려지기 이전에) 읽었던 글인데 오늘 읽어보니 조금 더 새롭다. 그 이유는 모르겠고.....
아래 글은 누군가가 윤선애가 지나간 90년대 초반에 개인 음반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탄식하며 개인적으로 그의 노래들을 모아서 정리한 것으로 글과 함께 소개한 곳으로 가보면 그가 소개한 윤선애의 지난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92년 이후의 노래(아니 92년 이전의 아래노래들을 포함하여)들을 들으려면 몇일 전 소개한 '네이버 윤선애 카페'(http://cafe.naver.com/yoonsenae/330)에 들어가면 많이 소개되어 있고 요즘 노래들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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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곳
http://bob.jinbo.net/board/list.php?table=music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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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선언
01 그날이 오면 (낭독과 노래) / 저 평등의 땅에 (민중문화운동연합 12집)
02 벗이여 해방이 온다 / 한열아 부활하라
03 저 평등의 땅에 / 저 평등의 땅에
04 ( 민주 / 미수록 )
05 투쟁의 물결... 유월의 노래 (나레이션) / 저 평등의 땅에
06 대결 / 메아리 tribute
07 뒤돌아보아도 / 우리, 노동자 (전국노동자신문 후원 노래한마당 공연실황)
08 철의 기지 / 우리, 노동자
09 선언2 / 우리, 노동자
Part 2.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
10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 아침을 여는 노래 1
11 잘가오 그대 / 아침을 여는 노래 1
12 러시아에 관한 명상 3 / 러시아에 관한 명상 (미발표)
13 ( 이 다음에 / 미수록 )
14 dreamer / YG밴드
15 여기에 / 노찾사 10주년 기념음반
16 러시아에 관한 명상 4 (사랑) / 러시아에 관한 명상 (미발표)
17 백년 후에는 / 6월 난장
18 그날이 오면 / 노찾사 10주년 기념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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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애님을 찾고있던 분의 블러그 글입니다.
이글을 통해 윤선애님의 프로필을 조금더 찾아 볼수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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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애씨 어디 계세요"
윤선애를 아는가? 아니면 <새벽>은?
이는 어쩌면 고색창연한 질문일 것이다. 지금 누가, 대체, 특별히, 이런 노래들을 듣는가?
그러나, 이 앨범은 애초에 아주 개인적인, 자의적인 동기로 제작된 비라이센스 음반이므로 특별한 개인적 헌사를 해도 좋겠다. 윤선애는 매우 특별한, 대단한 가수였다. 그리고 그가 속한 <새벽> 역시도, 모든 미학적, 실험적, 시대적 가치를 짊어졌고 또한 보여주었던 개인/집단이라고 단정해두자.
윤선애는 매우 아름답고 선동적인 목소리를 지녔고, 민중문화운동연합 <새벽>이라는 집단과 아주 잘 만났다. 아니, 자세한 내력은 필자(=제작자) 역시 제대로 알지 못하니 무시해도 좋겠다. 어차피 문화 생산물이란, 자본주의적인 것이든 민중적인 것이든 수용자의 몫을 남겨두고 있으므로. 그러나, 각설하고 나는 윤선애가 개인 음반을 내지 못한 것을 땅을 치며 탄식한다. 왜냐하면, 그는, 80-90년대의 지향, 즉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벡터와 역량, 즉 비유가 정확하지 못할 듯도 하나, 세상을 바꿀 힘과 내용을 이미 우리가 담지했다는 스칼라를 잔뜩 담보하고 있으므로. 그 시절, 세상을 우리의 힘을 모아 온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여겼던, 그리고 그런 역량의 단초를 실제로 보였던 그 측면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으므로. 아니, 나는 그의 목소리와 선동성과, <새벽>의 풍부함을 여전히 너무 사랑하며, 또 그것을 여러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 하므로. 실은, 정태춘이 자신의 노래에서 지나가면서 읊었듯이, 지나간 또 한 시대를 정말 제대로 대표하므로.
그리하여 간단히 소개한다. 윤선애는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84학번일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그 유명한 <메아리>에 가입했고 -- 하긴 그 시절엔 백 수십명이 신입생 시절 메아리에 가입하기는 했겠지만 -- 그 자그만 체구에 비범한 성량과 음색으로, 김세진 이재호 열사의 추모곡인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86년 서울대 아크로 광장에서 수천 명 앞에서 불러, 일종의 스타덤에 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민중문화운동연합을 거쳐 모든 민중가요, 노동음악 실험의 최전선에 섰던 <새벽>에서 꽃을 피웠다. 개인으로, 또 집단으로.
그 즈음 나온 기념비적 음반(테입)이 88년의 “새벽, 저 평등의 땅에”였고, 이 해 노동절에 전국의 노동자들은 연세대에 모여 경찰력을 뚫고 여의도까지 해방의 행진을 했다. 그리고, 노동운동도 민중운동도 대체로는 몇 년간 승승장구를 했을 것이다. 골리앗 투쟁이 있었고, 민자당 반대 5.9 가투도 있었으니까.
92년에 윤선애의 대학로 공연 “윤선애씨, 어디가세요?”가 있었다. 포스터만 보고 정작 못 가보고 말았지만, 그 공연은 아마도 윤선애의 최절정이었을 것이다. 다만 기량으로서가 아니라, 그가 직장을 접고 ‘제대로’ 노래운동을 하려고 했었다고 나는 기억 내지 짐작한다. 그랬다. 그는 그 때 실존적 선택을 했었다. 매스컴도 민중가수 윤선애가 뭔가 제대로 하려고 한다고 적었으니까. 안타까운 것은 그 대목이다. 그 때 윤선애는 한 장이라도 개인 음반을 냈어야 했다. 그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러나, 그 때는 눈높이가 다들 높았을 때였다. 대중운동은 이미 하향 화살표를 그리고 있었지만, 그리고 구동구권은 몰락을 선언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러시아에 관한 명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던가. 먹물이든 현장이든, 실은, 우리는 예외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 퇴조는 급격했다. 윤선애도 개인사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고, 엄청나게 거창하고 화려하되 정제되었던 <새벽>의 공연 “러시아에 관한 명상”도 솔직히 좋이 여겨지지는 않았다 -- 그러나, 그거라도 가보아야 했는데.
하여, 지금 매우 개인적으로, 소개한다. 내가 아는 만큼의 윤선애와 또 <새벽>을. 그는 지금 정악(매우 정통적인 국악이다)을 전공하고, 또 아동용 음반 몇 개에 목소리를 실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간간이 노동의 새벽 트리뷰트 앨범과 6월 항쟁 기념 행사에 목소리를 보탰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윤선애의 목소리를 찾는다. 이 컬렉션이 그의 구미나 의도에 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다시 그 ‘분기점’으로 돌아간다. 개인과 시대의 분기점으로. 그리고 다시 묻는 것이다. “윤선애씨, 지금 어디 계시냐고”
이 음반은 물론 비라이센스 음반이며, 질 낮은 음원에 개인적 취향으로 모아 짜깁기한 것이다. 다만, 윤선애가 음반을 한 번쯤, 혹은 지금 낸다면 이 정도로 모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겠지만.
CD에서 앞뒷면의 의미는 삭감되겠지만, 나의 컬렉션은 1부. “선언”과, 2부.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로 구성된다. 첫 곡은 그 유명한 “그날이 오면”이다. 하긴 이 노래가 전태일 열사 추모곡인 것을 기억하는 이도 드물 것이고, 문승현 작곡에 윤선애 노래로 처음 알려진 것을 아는 이도 드물 것이다. 다음 이어 실린 “벗이여 해방이 온다”, “저 평등의 땅에”, “민주”는 모두 윤선애와 <새벽>의 대표적 절창이라 하겠다. “투쟁의 물결”과 “유월의 노래”는 윤선애의 육성 낭송과 노래가 모두 실려, 특별히 추천한다. 그는 정말 마이크로 피를 끓게 하는 투사였다. “뒤돌아 보아도”, “철의 기지”, “선언2”는 모두 <새벽>만이 만들 수 있었던 걸작이다. 그리고 거기에 윤선애의 목소리가 뚜렷이 녹아 있다.
이 몇 곡의 소스로 활용된 전국노동자신문 후원, 노래한마당 공연실황 <우리, 노동자>는 특기할만하다. 전국노동자신문 후원으로 치러진 공연으로 1990년으로 추정되는데, 출연진은 노찾사, 민중문화운동연합음악분과(새벽), 민족음악연구회, 전교조 노래패, 예울림, 서울지하철노조노래패 등이다. 돌이켜보면, <새벽>에서 한 편으로는 노찾사로, 또 한편으로는 지하철노조 <소리물결>로 이어지는 일종의 “미싱 링크”를 확인하는 셈이다. 이 음반 중 <새벽>의 여성 보컬은 대부분 윤선애다. 그 때, 우리는 윤선애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선언’했을 터이다.
2부는,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를 제목으로 한다. <새벽>의 새로운 시도와 좌절, 아니 윤선애와 우리 모두의 좌절을 감내하는 시절이다. 첫 곡은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다음 곡은 역시 전교조 음반 <아침을 여는 노래 1>에 실린 “잘가오 그대”다.
이제 문제의 “러시아에 관한 명상” 공연 중 일부가 나온다. 대위법과 칸타타를 고민했던 <새벽>의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윤선애의 목소리는 또렷하다. 4번 트랙으로 실으려 했던 “민주”와 13번째 트랙 “이 다음에”는 미수록이다. 제대로 된 음원이 입수되지 못했다. 고의적인 공백이며, 이 비라이센스 음반은, 우습게도 미완인 셈이다. 14번째 트랙 “dreamer”는 음원은 있으되 자세한 배경을 알지 못하나, 그 공백을 메우는 의미로 추천하고 싶다.
이미 90년대 중반 이후 윤선애의 공식적, 조직적 활동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부터는 여기저기 파편으로만 조합해 볼 뿐이다. “여기에”는 노찾사 10주년 기념음반으로, 김광석 등의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것이 빠뜨릴 수 없었다. “러시아에 관한 명상 4”에 해당하는 “사랑”은 사실상 이 음반의 결론에 해당한다. 그 다음은 실은 에필로그다. 문승현이 러시아 유학 후 귀국하여 만든, 6월 항쟁 기념곡 “백년 후에는” -- 맑스의 “고타강령 비판”을 내용으로 담고 있으되, 어찌 이리 생뚱맞단 말인가 -- 그리고 노찾사 10주년 기념음반에 실린 “그날이 오면”... 이는 물론 음반 첫곡의 고의적인, 이병우의 변주를 핑계로 한 반복이다.
이것으로, 나는 “윤선애씨 어디 계세요”를 일단 정리하려 한다. 윤선애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확보할 수 있는 음원도 부족하거니와, 그는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챙겨보자는 땡깡이겠다. □
collected and produced by nuovo (nuovo90@hanmail.net)
200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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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대단한 헌사가 아닌가? 나는 그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지방의 문예집단에서 일했지만 이토록 안타깝진 않았는데. 아니, 나도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노래를 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