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텃밭-생활의 발견

송화호에서-4.28

빛의 염탐꾼 2009. 4. 29. 01:53

 몇일째 계속되는 감기몸살 비슷한 증세로 집안에만 머물었더니 몸이 더 이상하다. 티브를 켜니 온통 멕시코에서 시작된 돼지콜레라 뉴스로 난리법석이다. 혹시 내 몸의 이상도 그와 연관된 것이 아닐까? 하는 괜한 의심을 해본다. 사실 돼지를 탓할 이유가 없다. 몇일째 계속되는 설사를 동반한 내 몸의 증상도 알고보면 과음이 자초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고 봄마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는 모든 유행병은 인간이 만든 것,  자연의 순리에 역행한 인간의 욕심이 자초한 일, 에라! 안되겠다. 밖으로 나가자.

 

나들이를 가자고 이용을 불렀다. 몇시간 만에 나타난 이용 또한 몸이 말이 아니다. 들어보니 지난 토요일 장춘에 가서 대학3학년 편입시험을 치르고 돌아온 후 감기몸살로 앓아 누워 있었단다. 괜히 불렀다 싶었지만 기왕 나선일, 버스를 타고 강변을 지나 송화호로 갔다. 송화호 입구 매표소에서 거대한 통나무가 가는길을 가로막는다. 콘크리트로 만든 이 가짜 통나무 옆을 지나 풍만동산 입구로 들어섰다. 물론 입장료를 안내기 위한 일, 다행히 지난 겨울, 풍만동산 산행을 갔을 때 알아놓은 길이다.

 

 

산새가 노래하고 파릇파릇 새잎이 돋아난 봄의 산길을 걷는 이용의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20대 초반이면 호랑이도 이길 나이가 아닌가?'하고 놀렸더니 운동부족에 스트레스가 겹쳐서 그렇단다. 다리에도 힘이 없는지 이용의 걸음새가 바람부는 날의 나무같다. 한편으로 안타깝지만 내 요구를 마다하지 못하고 온 그가 고맙다.

 

 

20여분의 산길을 걸어 도착한 송화호는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모두 녹아 완연한 봄빛을 하고 있었다. 송화호 유람선 선착장에서 바라본 송화호는 언제봐도 그림같다.

 

 

새봄을 맞아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많은 유람선들이 수리를 마치고 선착장에 줄지어 서있다. 송화호는 일본점령기에 만들어진 동북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소인 풍만댐으로 생긴 인공호수이다. 길림에 있는 송화강 중류를 막아 만든 이풍만댐은 말을 들어보니 삼협댐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중국에서 가장 큰 수력발전소였단다.

 

 

조금 내려가다가 송화호에서 제일큰 유람선을 만났다. 들어가보니 어떤 직장단위에서 단체로 유람을 왔는지 객실안이 떠들썩하다.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곧 송화호 안에 있는 유람구역으로 갔다가 돌아올 예정이란다. 음식점과 객실까지 갖추어진 대형 유람선이다.

 

 

뒤로 보이는 저 송화호를 따라 올라가면 낙타봉풍경구, 오호도풍경구, 해량산풍경구, 와룡담풍경구, 봉무지풍경구, 석룡벽풍경구가 차례로 나타나는데 그곳까지 갔다 돌아오는 비용은 거리와 유람선의 등급에 따라 모두 다르단다. 일반적으로 중국돈 50원(우리돈 만원 정도)이면 이 배를 타고 오호도풍경구까지 갔다 돌아오는 1시간 반짜리 여행을 할 수 있단다.

 

 

3층으로 된 유람선의 안 풍경이다. 1층에는 대형식당이 있고 2층에는 많은 객실이 자리잡고 있다. 크기와 시설을 봐선 거의 장거리를 항해하는 대형여객선 수준이다.

 

 

2층 객실 복도의 모습, 시설과 위생상태가 양호하다.

 

 

정원이 350명이니 대형급임에 분명하다.

 

 

밖에서 본 유람선의 모습

 

 

송화호에서 다시 내려오는 길, 지난 26일 위 대형유람선 뒤로 보이는 풍만서산을 올랐었는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오늘 보는 산의 모습은 또 다르다. 그사이 연두색이 더 짙어졌고 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내려오는 길, 풍만동산 산언저리에 피어있는 살구꽃인듯한 봄꽃이 연두색 나무와 잘 어울려 봄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