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텃밭-생활의 발견

관악에 내리는 눈 - 12월 5일

빛의 염탐꾼 2009. 12. 5. 19:34

 

아래 진달래가 지난주 토요일, 군부대 쪽으로 하산하다 만난 놈인데, 이걸 가지고 '기온에 속고 온도에 속고' '다시 정신 차리자' 이런 저런 잡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일어나니 눈이 내린다. 카메라를 챙겨 서둘러 산을 오른다. 오르다 보니 지난주와 비슷한 풍경을 만나다. 아니 전혀 다르다. 기온에 속아 피어났던 개나리가 이 모양이 되었다.

된서리를 만난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그 10년을 거치면서 어쩜 우리도 너무 서둘러 꽃망울을 터트린게 아닌지, 그리고 2009년, 지금 우리는 저 개나리처럼 된서리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 다시 겨울이다. 다시 동토(冻土)의 땅이 되었다. 모든게 얼어붙었다. 아니 얼어붙고 있는 중이다.

 

형식상 조금 나아졌다고 새로운 세상이 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우리들의 모습이 겨울에 피어난 저 진달래 위에 개나리 위에 겹쳐진다.

 

겨울이 좋은건 저 개나리같은 진달래같은 변덕이 없어서 좋은지도 모른다. 겨울이다. 얼어붙은 얼음장 속에서 시퍼렇게 살아있는 정신을 만날 것도 같은 날이다.

 

매번 지나가는 곳이지만 오늘은 눈보라가 쳐 내 머리를 때리는 날,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눈이 내려 소나무 잎들이 정말이지 목화솜처럼 변했다. 정상쪽으로 갈수록 날이 갠다.

 

눈보라에 갇혀 보이지 않던 정상부가 서서히 드러나고

 

눈보라와 태양의 줄다리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듯..... 아직은 눈보라쪽으로 줄이 더 다가가 있는듯.

 

곧 태양이 지원군을 얻어 세력을 확장하고

 

관악산 최고의 절승인 연주대까지 진출했다.

 

팽팽한 힘의 균형이 태양쪽으로 완전 기울었다.

 

바위벽에 붙어있는 저 고드름은 태양과 눈보라의 팽팽한 기싸움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관악문, 저 문을 올라 관악산의 진면목을 보리라.

 

문이 열린다. 훤히 보인다.

 

눈 내린날의 산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

 

뽀너스) 사당역쪽으로 하산길.... 남들이 덜 가는 길로 내려가다 이 놈을 만났다. 절대 '비교금지'.... 참고로 관악산 정상부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가 찍어 전시한 사진중에 이놈이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저 놈은 어디에 있지' '왜 우리눈엔 안 보이지' 하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는데, 오늘 조금은 외진 곳으로 내려오던 내 눈에 포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