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텃밭-생활의 발견

메밀꽃 필 무렵 - 메밀묵 만들기

빛의 염탐꾼 2010. 2. 16. 17:26

도대체 현실감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는 나는 공상을 자주 한다. 그 공상 중의 하나였던 것, 산세수려한 한갖진 벽지에서 메밀묵집을 내는 것, 메밀묵에 동동주 한주전자, 그렇게 한상차려 손님과 이런저런 얘기하며 같이 취해 가는것.....

 

요즘 설을 쉴때면, 어머니는 젊어서는 바빠서 아니면 생활에 여유가 없어서 하지 않던 메밀묵을 가끔 쑤신다. 자식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리라. 명절을 고향에서 쉴 때는 어머니의 메밀묵 만들기가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명절을 형님집에서 쉬게 되고 어머니는 직접 고향에서 묵을 해서 도시 아들집으로 들고 오셨다.

 

그리고 올해, 버스 오르내리기도 힘든 몸, 가래떡 꾸러미에 메밀묵 꾸러미까지는 도대체가 벅차신지 드디어....... 방앗간에서 빻은 메밀가루를 들고 형님집으로 왔다. 그래서 나도 거들었다. 어머니가 메밀묵을 하는 이유중에 내가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내가 메밀묵을 무지 좋아하고 그래서 메밀묵을 쑤는 과정에 참가해보고 싶어서였다.

 

참고로 연 이틀 난 메밀묵만 먹었는데 메밀묵 만드는 과정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 귀동냥으로 들어서는 알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 과정을 지켜보기는 처음이었는데 형님집에서는 도구가 시원치 않아서 좀 번거러운 것이 사실, 촌에서는 채위에 삼베같는 수건을 얹고 메밀가루에 물을 부어 짜내면 그만인데 그것이 여의치 않아서 작은 야채채반 같은데 보자기를  얹고 짜내었다. 하얀 메밀가루액이 옅어질 때까지 서너차레 그렇게 하면 아래와 같은 모양으로....

 

그렇게 찌꺼기와 메밀묵이 될 액이 분리되고

 

찌꺼기는 한쪽으로 치워지고

 

솥에 부어진 메밀액을 가스렌지위에 올리고 끓인다.

 

눌러붙지 않게 메밀액들이 고루고루 퍼지게 처음부터 끝까지 저어준다.

 

중간중간 확인작업을 하고

 

계속해서 골고루

 

어느새

 

손을 대지 않은 주걱이 서서 넘어지지 않으면

 

완성, 솥에서 다른 차가운 용기로 옮겨

 

식으면 맛있게 먹으면 된다. 이 맛있는 메밀묵도 언제까지 먹을 수 있을까? 어머니가 직접 키워서 직접 손으로 만든, 아직은 최소한의 기운이 남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