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세한도-풍경의 발견

설악산 울산바위

빛의 염탐꾼 2010. 5. 3. 23:41

 설악산을 갔습니다. 아는 지인이 울산바위와 토왕성폭포를 간다기에 주말을 그냥 집에서 쉴까 하다가 얼른 따라 갔습니다. 툐요일 첫날은 울산바위를 오르고 일요일엔 제가 꿈속에서 그리던 토왕성폭포를 보러 갔습니다. 앞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울산바위입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니 육중한 몸매를 뽑냅니다.

 

금강산 신령이 세상의 유명바위들을 금강산으로 모아 일만이천봉을 만든다는 소식에 경상도 울산에서 금강산으로 길을 떠났으나 날이 저물어 설악산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니 금강산에 일만이천봉이 다 채워졌다는 소식에 설악산에 눌러 앉았다는 전설이 깃든 바위입니다.

 

다시 흔들바위. 여러사람이 힘을 합쳐 밀면 흔들거리는 바위입니다.

 

울산바위 가는길에서 본 다른 바위봉우리

 

울산바위가 바로 코 앞이다. 이제 철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아직도 남아있는 눈....... 설악산의 이름은 눈에서 왔다. 남한에선 보기 드물게 5월까지 눈이 남아 있기에 그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이날 정말 바람이 세찼습니다. 바람이 한번 휘몰아치면 그대로 앉았습니다. 땅으로 몸을 바싹 숙이면 거짓말처럼 바람도 쓰러뜨리지 못하더군요. 인생 또한 그런가 봅니다. 한껏 몸을 낮추는 것만이 바람을 피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것만이 다가 아닌듯 합니다. 저 수많은 외설악의 바위 봉우리들은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마냥 바람을 피할 수는 없겠지요. 때로는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서며 싸워야 할 때도 있지 않을까요. 외설악의 바위봉우리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 아래 사진의 정중앙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물줄기가 내일 올라갈 토왕성폭포 입니다. 300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폭포입니다.

 

울산바위와 금강산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솝우화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더군요..... 보수집단에서는 끊임없이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햇볕정책도 생각나고 말입니다.

 

『해와 바람이 지나가는 사람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했다. 먼저 바람이 강한 바람을 일으켜 옷을 날려버리려 했지만 그 사람은 추워하며 오히려 옷을 더욱 강하게 감싸 안았다. 다음으로 해가 강한 볕을 내리쬐자 그 사람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이런 우화가 생각나는 것은 이날따라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서 정말이지 울산바위를 포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면 울산바위가 금강산으로 못 간 이유는 하루밤을 설악산에서 묵었기 때문이 아니라 바람때문이 아니였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기게 하는 그런 바람이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 봄, 우리들의 금강산 가는길도 그렇게 막혔습니다. 아예 금강산에 남아있던 남쪽 직원들마저 추방명령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울산바위나 우리들이나 다 바람에 막혀 금강산 가기는 다 틀렸습니다.  

 

다시 언젠가 햇볕이 얼어붙은 사람의 옷을 벗기기를 기다려 봅니다. 외설악의 저 봉우리들에 쌓인 저 눈들도 곧 녹아내리듯 그런날이 오기를

 

울산바위에서 바라보는 외설악의 봉우리들은 정말이지 장관입니다.

 

소나무와 바위의 멋진 조화를 보여주는 울산바위

 

멀리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까지 환하게 보입니다.

 

바람을 제외하면 이날은 산경치를 구경하기에는 그만인 날씨였지요.

 

여기가 울산바위 정상입니다. 역시 바람때문에 단 일초도 서 있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그 흔한 기념사진 한장 남기지 못했지요. 그나저나 이날은 요즘의 얼어붙은 남북관계처럼 바람이 문제였습니다. 울산바위도 저도 그 바람에 그냥 주저앉아 멍하니 멀리 쳐다볼 뿐이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