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장마
빛의 염탐꾼
2010. 7. 2. 19:47
종일 비 내리고..... 거실에 말려둔 빨래는 마를 줄 모른다. 내 마음도 물먹은 하마처럼.... 함께 무거워지는 오늘... 우중충한 내 마음도 거실 빨래건조대도 베란다로 옮기고 싶다... 파란 하늘과 구름이 노니는 곳으로.... 1998년이던가? 그 쯤에 쓴 시 '장마'로 대신 햇살을 불러 본다.....
장마
여물어 터지기도 전에 싹이 나는 강낭콩, 붉기를 멈춘 내성 없는 꿈은 끝내 썩고야 마는데 잠시 햇살이 나온 오후, 동네 빨랫줄마다 옷가지들의 입주가 끝났다 그래, 축축한 이불도 널어야지 젖은 피부 속에 어둠의 곰팡이가 숨어 있을지도 몰라 햇빛이 나면 이내 말라죽는 지렁이처럼 눅눅한 벽지와 이불에 젖어 꿈틀거리던 비몽사몽, 어릴 적 이불에 오줌 싸고 한바탕 울던 때처럼 혹시, 그 경계를 탐닉한 것 같은 꿈일까, 생시일까, 아직은 빛과 친구가 될 수 없나 몸은 무거운데 계단이 흔들리고
바지랑대 끌어당겨 높이 세우고 구겨진 조각 날카롭게 펼쳐, 집게없이 흔들리거라 연한 공기와 바람과 어울려라 툭, 툭, 쳐주면 멀리 파란 하늘이 열리고 어린아이 하나 내 속으로 들어와 놀이기구를 탄다 한꺼번에 밀려오는 현기증, 춤추는 생초록 잎사귀, 오리떼의 힘찬 물장구, 매미소리..... 오늘밤엔 꿈꿀 수 있을까, 바시락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