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설악의 구중궁궐 - 봉정암, 오세암, 백담사
한계령을 거쳐 서북능선을 타고 끝청, 중청, 소청에 발자국을 남기고 첫날밤 소청대피소에서 천둥같은 코고는 소리와 들락날락 문여닫는 소리..... 정말이지 대피소라는 이름에 걸맞은 밤을 보내고... 날이 밝기도 전에 봉정암으로
수많은 치성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는 봉정암 부처님진신사리탑이 막 아침을 맞았습니다.
멀리 내설악의 봉우리들을 뒤로 하고 바위와 하나된 채
봉정암 사리탑에서 본 내설악의 아침
잠에서 깨어난 봉정암 뒤로 소청봉과 소청대피소(봉우리 조금 아래 하얀 타원형의 자리가 소청대피소)가 보이네요.
사리탑에서 도장을 찍고
한해 한해 ...... 세월과 함께 늘어가는 것은 주름뿐만이 아니겠죠. 어느때부턴가 가까운 글씨를 볼라치면 자연스레 안경을 코밑으로 당기는 것도 그렇고... 이렇게 인물사진에 흑백이다, 모노톤이다 처리하는 기술도 따라 늘어갑니다. 생각해보면 쓸쓸한 일이지만.... 뭐 흐르는 것이 어디 세월뿐이랴?
사리탑에서 바라본 내설악의 꽃, 용아장성..... 용의 이빨이 무시무시함보다는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아마 내설악은 초식공룡일지도 모릅니다.
봉정암 사리탑에서 바라본 내설악과 멀리 내 외설악의 경계인 공룡능선입니다.
원래 저 공룡능선을 타려했습니다만 과천의 동네산만 타던 일행이 오늘 산행팀에 특별초청(?)되어 산세가 조금 완만한 소청봉-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사 코스로 변경했습니다.
가운데 큰 바위벽이 공룡능선상의 주봉인 1275봉인것 같습니다. 봉정암 사리탑에서 보니 공룡능선상에서 볼때보다 바위벽이 더 크게 보입니다. 범봉을 비롯한 천화대 능선은 1275에 가려 보이지 않고 1275와 오른쪽 봉우리 사이로 완만한 선을 이룬 것이 울산바위인 듯 합니다.
여기서 독자참여 이벤트, 이 바위의 이름을 지어 주셔요.... 그럴듯한 이름을 지어주는 분들에겐 .... 경품은 없습니다. ㅋㅋㅋ
사리탑에서 오세암코스로 내려서면서 바라본 용아장성, 아침햇살에 용의 이빨이 좀 더 부드러워 진듯도 합니다. 설악은 그렇게 육식에서 초식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산사태가 자주나고 계곡 또한 모양을 조금씩 바꾸어 가는 듯합니다. 특히 한계령 쪽의 계곡들은 몇년전 연거푸 두해에 걸친 태풍의 피해로 인해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오세암코스로 내려오면서 바라본 공룡능선의 1275봉(?)
내설악의 봉우리들은 날카로우면서도 참 부드럽습니다.
오세암 바로 뒤의 푯말... 우리모두 스님들의 말을 거역하면 안 됩니다. 특히 깊고 험한 산에서는 말이죠... ㅋㅋ
오세암에서 바라본 내설악 풍경, 직접 보진 못했지만 사진으로나마 본 보덕암에서 바라보는 내금강의 모습이나 지금은 없어지고 없다는 내금강 혈성루에서 바라본 내금강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오세암전경, 역시 금강산 4대사찰중 유일하게 남아있다는 표훈사와 겹쳐집니다. 해마다 늘어만가는 대규모의 중창불사만 제외하면 말입니다.
영시암에서 수렴동 대피소로 올라가는 길에 바라본 수렴동의 물빛이 보는이들을
유혹합니다. 언제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자 두번 다시 가지 말아야 할 곳 그게 바로 설악이다"
동네산만 타다가 벼르고 별러 큰맘 먹고 설악을 따라가서 우리들의 코스를 변경시킨 장본인인 우리 누나가 감탄과 비탄에 섞여 던진 말입니다. 그녀는 겉으론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론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체력을 비축하여 더 많은 설악의 절경을 봐야지 하고 말입니다......
아직 그 속, 아니 겉의 백분의 일이나마 보았을까요.... 우리가 말입니다. 그냥 내 몸을 따라 갈 뿐입니다. 욕심을 부려서는 안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