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부르는 글 2편
2월
임영조
온몸이 쑤신다
신열이 돌고 갈증이 나고
잔기침 터질듯 목이 가렵다
춥고 긴 엄동을 지나
햇빛 반가운 봄으로 가는
해빙의 관절마다 나른한 통증
그 지독한 몸살처럼
2월은 온다, 이제
무거운 내복은 벗어도 될까
곤한 잠을 노크하는 빗소리
창문을 열까말까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2월은 왔다 간다
늘 키 작고 조용해서
간혹 잊기 쉬운 女子처럼.
내 손목에서 언제 시계가 사라졌는지 모른다 알프스 산맥에 갇힌, 세계의 시간을 지배하는 나라에서 건너온 최고급은 아니지만 자랑처럼 흔들어 보이기도 했던 그 시계, 언제부터인가 없다 물론 그냥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계적으로 일초에 한 번 가는 그 시계는 현대문명의 빠른 보폭도 진보의 느린 보폭도 맞추지 못하였다 아니, 모든 보폭을 맞추지 못하였다 내가 먼저 그것을 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그 시계는 박살났다 멈처 버렸다 나는 時盲이 되었다 그리고 보기좋게 나자빠진 긴 긴 겨울잠, 어쩌면 그 시계가 먼저 나를 버렸는지도 모른다 현대문명과도 진보의 발자국과도 불협화음을 내며 주춤주춤 머뭇거리던 나를, 좌충우돌하던 나를, 그립다 그 시계, 자주 고장이 나 뜯어보기도 했던, 가끔씩 열도 받고 그것이 즐겁기도 했던(황완규 '스위스' 전문)
※ 스위스의 시계산업은 산맥에 갇힌 그 나라 아녀자들이 긴 긴 겨울을 버티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손재주를 발휘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기다림, 구걸하지 않는 시간이 만들어낸.....
늘 키 작고 조용해서 간혹 잊기 쉬운 여자같은 2월입니다.
아름다운 봄은 쉽게 오지 않는 법이지요...
시샘하는 바람과 비 .진눈깨비, 그렇게 그렇게 애를 태우며 옵니다
소중한 것들은 다들 그렇지요. 늦어지는 봄처럼 말입니다.
희망이 좀 늦어지더라도 지치지 말아야겠습니다.
좀 늦어지더라도 언젠가 봄처럼 그렇게 올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