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의 불화 - 양재천 개똥들의 한해 ㅋㅋ
불꽃같은 화염의 정점을 지나 동토를 향해가는 시대에 활활 타오르는 정열을 품은채 태어나는 것도.... 아니면 모든것을 태울듯이 이글거리는 정열의 시대에 차가운 냉정을 유지하는 것도.... 그 모두가 '시대와의 불화'이던가? ..... 90년대의 어느메쯤, 시인 정희성은 자기 시집의 발문에서 '자연의 대상물을 노래한 자신의 시에서 시대적인 상징을 찾지마라'고 애닯은 역설을 펼친바 있지만..... 그 역설에서 어쩌면 자연현상에 녹아있는 세상의 이치가 언듯 언듯 비치는 걸 어찌하랴..... 어쩌면 아래의 개똥참외도 개똥토마토도 개똥수박도 다 '시대와의 불화'를 겪었는지도 모른다. 거창하게 말하면.... ㅋㅋㅋ
9월 16일 올해의 계속된 폭우에 떠내려온 씨들이 만들어낸 양재천 개똥참외, 올해의 무시무시한 폭우는 보호되지 못하는 날것의 씨앗들을 이 척박한 땅에조차 뿌리내리지 못하게 할 줄 알았는데.... 무섭다...날것들의 의지....
'끈질기게도 피어라.... 척박하여도 피어라'.... 어느 노래의 구절처럼 그렇게 피어났다.
열매까지 맺었다니... 안스럽지만.... 어쩌랴? '어둡고 낮은 곳을 기어오르는' 천성같은 이 불타는 정열을!
토마토도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개똥토마토와 개똥참외가 이곳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차가워지는 시대에 저항하듯 작은왕국을 이루었다. 두달간의 짧은왕국..... 역시 거창하다... ㅋㅋ
이때까지도 승승장구..... 10월 5일, 여전히 생기가 도는 개똥참외와 토마토밭, 저무는 한시대를 예감하지 못한채..... 그렇게....
개똥수박도 뒤늦게 합세하고
다른곳에서 모래를 퍼날라 부은 폭우로 움푹파인 지점마다 수많은 토마토와 수박, 참외들이 돋아나 밭을 이루었다.
다른곳에서 이전해온 모래와 자갈밭에서 자라난 토마토와 참외들.... 10월 12일의 모습, '굵고 실하지 못하면 시작하지(태어나지) 않음만도 못한 가을이 이미 왔건만은'......
위 지점의 11월 3일의 모습, 서울기온이 11월 기온으로는 80년만에 최고인 25도까지 올라갔던 날의 모습이다. 수박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참외들의 성장도 멈추었지만 토마토들은 시퍼렇게 살아 살아.....
작은 열매를 맺었다...... 언제까지 갈까? 이상고온이 계속된다면 열매가 실하게 될 수도 있으려만..... 아서라... 말어라....
11월 15일, 수박들은 이미 말라버리고.... 참외들도 잎이 시들어가건만, 토마토는 열매가 더 굵어졌다.... 토마토가 추위에 가장 강한가 보다 ..... 그렇지만 아쉽게도 겨울로 가는 길목을 아무도 막을 수 없는것을....
안스럽지만... '시대와의 불화'는..... 그대들의 운명이다..... 11월 23일의 개똥토마도....
참 한순간이다.
국화꽃 져 버린 겨울 뜨락에 / 창 열면 하얗게 뭇서리 내리고 /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녁을 날아간다 / 아 이제는 한적한 빈 들에 서 보라 /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 산골짝 깊은 골 초가 마을에 /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 잔치 흥겨우리 / 아 이제는 손 모아 눈을 감으라 / 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 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고향의 노래, 김재호 작시, 이수인 곡)
보너스,,,,, 11월 20일, 한밤에 남산타워를 쳐다보다. 연출하지 않은 효과는 과연 어디에서 온건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