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류직하삼천척, 그리고 청량산 육육봉
설날 아침, 포항에서 차례 지내고 바로 고향으로 이동했습니다. 울진군 온정면 백암산에 있는 백암폭포를 향합니다. 양옆으로 도열해 있는 금강송이 늠름한 자태를 뽑내고 있습니다.
요즘 울진금강송이 대세인가 봅니다. 설명절 특집다큐멘터리로 kbs에서 '울진금강송의 비밀'을 방송할 정도이니까요. 방송에는 주로 울진군 서면 소광리의 울진금강송(하여간 한반도의 최고에는 언제나 '금강'이라는 이름이 일반명사처럼 붙어다니죠. 일명 적송, 미인송, 춘양목, 황장목 등으로 불린다)을 다루었지만 내 느낌에는 내고향 백암산의 금강송 또한 이나라 금강송에 있어서 첫째 둘째를 다투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2010년 8월에 가본 백암산 금강송군락지 여기
역시 2010년 여름휴가때 재미로 만들어본 백암팔경 여기
드디어 '비류직하삼천척'을 만나다. ㅋㅋㅋ 거대한 빙벽을 연출하고 있는 백암폭포
이백의 시 '망여산폭포'의 무대인 중국 여산에 있는 여산폭포의 삼천척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그래도 장관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색다른 풍광을 보여주는 곳, 참고로 여산은 '대지'를 쓴 미국의 여류소설가 펄벅이 어린시절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유년기를 보낸 곳이고 중국근대사의 인물 장개석과 송미령의 별장이 있었던 곳으로 국공합작을 비롯한 중요한 비밀회의가 이루어졌던 중국근대사의 중요한 무대였다.
여산폭포를 보시려면 여기
삼천척에는 못 미치지만 여기에도 비밀회담을 할 별장하나 있어도 괜찮을 듯 하다.... 아니 너무 추운가?
상단과 하단폭 사이.....
서울로 오는길..... 봉화군 명호면과 재산면에 걸쳐있는 퇴계 이황의 청량산을 찾았다. 시간관계상 청량사 찍고 뒤돌아 컴백.....
뒤돌아서기 아쉬워 이황의 한시 한 수를 읊어보자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날 속이랴 못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물 따라 가지 마라 어주자(漁舟子) 알까 하노라
그나저나 백구가 되어 입을 다물까? 도화가 되어 동네방네 청량산의 풍광을 나불대는 입방아을 놀릴까?
아무래도 내 체질에는 백구는 가당찮고 도화가 제격이겠다....
청량사에서 바라본 맞은편 축융봉 쪽
내 짧은 안목으로 볼때 청량산은 중국에 있는 퇴적암으로 이루어진 무이산(아마 복건성(?)에 위치)과 태항산 등, 중국의 산들을 축소한 한반도에서는 독특한 형태의 산인 듯 보인다.
주왕산의 기암군이 집약도에서는 훨씬 앞서지만 기암의 숫자에서는 청량산에 훨씬 못미치는 듯 하다. 달리 육육봉이겠는가?
청량사의 전각 사이로 본 청량산 기암봉
청량산 입구의 인공빙벽과 유유히 흐르는 명호강..... 명호강은 낙동강이 아직 아이일 때의 이름이다.....
청량산 입구에서 셀카놀이로 귀경의 아쉬움을 달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