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아우라지, 건너지 못하는
빛의 염탐꾼
2014. 3. 18. 21:54
아우라지, 건너지 못하는
강건너 불구경의 시절은 오래되었다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 조양강이 되고
첫사랑의 처녀 총각이 만나 전설이 되는
태풍도 홍수도 비껴간 추석부근
여량,
아우라지
고요한 물결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고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뱃사공의 노래소리 애잔한데
강건너 거기 누가
무엇이 있어 오늘도 나는
물안개 피는 강둑을 서성이는가
지금은 망해버린 젖과 꿀이 흐른다던 땅
하늘을 찌를듯 쌓아올리는 바벨탑의 땅
사랑과 열정은 흘러가는 저 물결처럼
빨리도 흘러가 다시는 오지 않고
혁명은 피는 죽음은 욕망은
태풍과 홍수와 칠흑의 밤이 만들어내는
상상의 제의와도 같은 것
뱃사공을 부르는 아라리가락 확성기로 울리고
전설의 처녀총각은 박제된 청동상으로 서서
구릿빛 손짓으로 서로를 애타게 부르지만
사랑없는 날들
사랑이 없는 아우라지, 건너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