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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계절풍

빛의 염탐꾼 2014. 4. 2. 09:44

3월에 서울에서 벚꽃이 피어난 건 기상관측 이후 최초라니 어쩌면 단군 이래 최최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의 봄꽃들은 앞다투어 라는 말에 참으로 어울리게 시차없이 한꺼번에 피어났다. 더 희한한건 남부와 중부지방의 지역적 시차마저 무색하게 만들며 동시에 피어나고 있다는 점.... 한반도가 지역적 시차를 논할만큼 대단한 넓이의 땅은 아니지만 어쨋든 지금까지 봄꽃개화의 지역적 시차가 엄연히 존재했고 그와 발맞추어 봄꽃축제들...이 열렸더랬다. 3월 26일에 과천에 때 아닌 벚꽃이 피어났을 때 이놈은 분명 올벚나무이겠지 하며 허투루 넘겼더랬는데 오늘 아침 드디어 다른 벚꽃들도 만개했다. 벚꽃과 함께 목련과 살구꽃 개나리(예년처럼시차를 적용하자면 동백 매화 산수유 생강나무 진달래 개나리 목련 살구꽃 복사꽃 벚꽃이 맞다.. 물론 틀릴 수도 있겠지만 신경림 시인의 시에 안치환이 곡을 붙인 '살구꽃 지고 복사꽃 피던 날'하는 뭐 그런 노래도 있지 않은가?)가 한껀번에 피어나 하나의 풍경을 이루었다. 올 봄꽃들의 개화는 참으로 유별나다. 지 맘대로 일찍 피어나는 봄꽃의 개화에 어떤 시대적 의미가 있겠냐마는 예상보다 빨리 아니면 늦게 피는 봄꽃들 때문에 봄꽃축제 지차체는 머리가 많이 아프시겠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또 선거철이다. 2년전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이맘 때 써 둔 시의 초고를 올려본다.

계절풍
2012.4 

바람이 분다 천국의 바람

바람에 실려 천사가 찾아온다 천국의 문이 따라 덜컹이고 꿈인 듯 생시인 듯 천국의 언어가 꽃을 피운다 무상교육 무한복지 흩어지는 공약들 미세먼지가 되어 시야를 가린다 약에 취한 몽롱한 바람을 타고 온갖 새들이 날아온다 목이 길고 다리가 짧은 혹은 다리가 길고 목이 짧은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부리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했군 분분한 천사의 날개짓에 가느다란 의심의 눈초리마저 눈꺼풀을 내리는데 딩동,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 짧은 잠에서 깬다

듣기좋은 천국의 노래도 한 철
천국의 언어에는 복선이 깔려 있고
전염성 강한 열광과 유행은
철 지나면 입을 닦는데

저 바람의 정체를 의심하기엔
그 냄새가 너무도 달콤하고 인간적이다

철새도래지마다 고병원성 조류독감* 의심신고가
접수되고 돌풍에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서리가 내려
꽃피기도 전에
어린 싹들이 얼어 붙는다

나가보니 사람은 온 데 간 데 없고 천사가, 바람이, 누르고 갔나 심판의 날이 다가옵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세요 현관 문틈에 끼인 파수대 한 부 그 아래 쌓인 바람소리 요란한 선거공보물

* AI : “Avian Influenza” 조류 인플루엔자

 

 

 3월 26일 과천고등학교 앞의 만개한 벚꽃

 

 

 

 

 

4월 1일의 과천풍경, 앞으로 벚꽃을 필두로 목련 살구꽃 개나리까지....

 

 

 

출처 : 대구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 ..... 그 후
글쓴이 : 아는 후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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