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주먹이 운다

빛의 염탐꾼 2014. 4. 3. 10:27

주먹이 운다*

2014. 4. 3

 

 

봄 날 주먹자랑 하지 말라 누가 말했던가

어김없이 피를 본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자목련 백목련 꽃 봉우리

눈 앞이 하얗게 질려서도 주먹자랑이 한창이다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한 방 두 방 허공에 주먹을 먹일 때마다

허튼 꿈처럼 피어나는

 

함 . 박 . 웃 . 음

 

고사리손이 자라 주먹이 되기까지

속절없는 봄바람은 자주 가지를 흔들어

주먹다짐을 부추기고

다짐이 분노가 되고 함성이 되어

웃음도 한때는 날카로운 칼이 되기도 했다

 

사랑과 열정은 저 꽃잎처럼

떨어지면 다시는 오지 않는데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맹목과 고집불통의 봄날

어김없이 재발하는

주먹이 울어 주먹이 울어

고개를 떨구며 낱으로 떨어지고 마는

 

검 . 붉 . 은 . 피 . 멍

 

 

* 이 시는 이진희 시인의 '루미놀'에서 '주먹'이란 이미지를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

 

1. 신파풍으로 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