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염탐꾼 2015. 1. 12. 11:03

봄햇살

2015. 01. 05

 

 

그 모든건 풍문이였는지도 몰라

전쟁을 피해 굶주림을 피해 역병을 피해

정감록 비결서를 저마다 가슴에 품고 숨어 들었다는

양백지간의 십승지, 내 삶은 늘

억지춘양 같아서

한 발 늦게 도착한 춘양오일장은

파장도 한참 지나

겨울바람만 휑한데

피할 전쟁도 굶주림도 역병도 없는

두눈이 충혈된 돈에 포위당한 사랑도, 혁명도

덧없기만한

 

 

세상사 모두 잊고서도

마음만은 얼마나 추웠으면 봄햇살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늘씬한 춘양목

시린 하늘을 받치고 선

삼동의 춘양은 가슴마저 얼어붙게 하는데

봄햇살은 여전히 멀고

작은 희망의 언어조차 뱉아내는게 주저되는 오늘

찬 비 뿌리고 간 춘양역

춘양목 옛영화는 온 데 간 데 없고

철로만이 빛을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