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풍경
1월 12일 .... 김미련이 참가한 전시회 '도시생태도감 - 무정구역(無情區域)'(대안공간 이포)에서 1박 2일 놀다. 그리고 썰렁한 농담 한마디
명절과 선거철이 비슷한 몇가지 이유는?
하나, 평소 안 하던 성묘(묘를 찾는 행위)를 자주 하게 된다.
둘, 책임지지도 못하는 덕담과 공약을 남발한다.
.......
일단 두가지만 떠오르고 오늘은 여기까지 ..... 생각나는 분들 있으시면 댓글 부탁드려요. ㅎㅎ
1월 15일 .... 빙폭에게 길을 묻다 - 관악산 문원폭포
1월 17일 ..... 노찾사 노래 중에 정인보(김보성) 작사 작곡의 '대결'이란 노래가 있지요. "아늑한 사장님 책상을 마구치며 노조를 노조를 포기하라 모두 개새끼들 불순분자 길길이 날뛰는 저들은 아 아 기업주와 노동자는" 뭐 이런 가사 같은데...... 겨울밤은 깊어만 가고 '창과 방패',라는 돼도 않은 단어가 머리를 짓누르고.... 작년 이맘때 이런 시도 쓰고, 그냥 묵혀 두고 한번도 고치지 않고....
빙폭에게 길을 묻다 - 신년운세 진로편
관악산 육봉 아래 문원폭포에서 도를 닦는다는 하나도 안 용하고 신조차도 내리길 거부한, 당연히 점괘가 하나도 안 들어맞는 염탐도령이 내 꿈에 나타나서 말했다
올 해 자네는 말이야 온 몸에 고드름을 매달고 있는 형국이야 그렇다고 너무 놀라지 말게나 밀고 당기고 떠밀리며 흐르는 것이 문득 쓸쓸해질 때면 천 길 낭떠러지에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맘껏 비웃어도 좋을 일이야 물론 한 계절 미동도 없이 송곳같은 냉소와 조롱의 날을 간다면 금상첨화 어쩌면 그도 지쳐 다시 흘러가고 싶을 때가 있겠지만 희망이다, 꿈이다, 하는 그건 말이야 한밤의 신파극처럼 피어나는 봄아지랑이, 우리의 눈물샘만 자극할 뿐이야 당분간은 멀리하게나 고드름은 언제나 속을 감추고 한없이 미끄럽다는 걸 명심하게나 뒷짐지거나 주머니에 손 넣고 어슬렁거리다간 아마 뒤통수 꽈당 깨질 각오를 해야 할 껄 흐르는 것도 얼어붙어 있는 것도 둘 다 그리 나쁘진 않아 희망의 노래도 풍자의 비웃음도 그 자체로는 아름답지도 천박하지도 않지 단지 그게 억지떼가 되어선 안 돼 자연스레 때를 기다리게나 아우성도 침묵도 울리기는 마찬가지 삶은 계절과 같아 어디에도 머물 수 없고 빙하기와 해빙기를 반복적으로 거칠 수밖에 없지 빙벽은 아찔하고도 찬란하고 그래서 삶은 아름답고도 무서운 게야
사진은 2011년 1월, 초등학생들 11명(?)을 데리고 강원 태백 철암역두선탄장 부근에서 길고긴 고드름을 들고서....
1월 20일 .... 황동규의 시 태평가에 나오는 구절(낮에는 문 잠그고 연탄불을 쬐고/유신안약(有信眼藥)을 넣고/에세이를 읽는다는군)처럼
문잠그고 옥장판을 켜고 드러누워 단편소설을 읽는데 갑자기 발신자 이름이 뜨지 않는 숫자도 어지러운 전화에 수화기를 드니 말이 없다. 몇초 후에 여보세요,라고 하니 그제서야 침한번 삼킨 신입사원같은 목소리로 KT인터넷을 무료로 어쩌구저쩌구.... 우리집은 KT인터넷이 아니라고 하니 한참 있길래 당황하셨어요,라고 말하려는데 전화가 끊긴다. 다시 김도연의 '하조대'를 마저 읽고
신파와 삼류연애소설같은 내용을 디테일과 불교적 색채의 구성과 문장으로 풀어낸 그의 잘 된 단편 '북대'와 내용과 구성이 비슷한데 그에 비해 약간 모자란 듯.... 어쨌든 그의 소설속 이야기만큼이나 그 소설의 무대로 등장하는 북대나 하조대(강원 평창을 중심으로 한 주문진까지의 오대산권)에 불쑥 다시 가보고 싶은
보이스피싱과 소설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는 제대로된 겨울날....
1월 20일 .... 저녁 무렵 도서관 갔다가 양재천을 걸었다. 사흘전 일요일에는 100m에 평균 135걸음 정도였는데(양재천에는 바닥에 100m 단위로 거리가 매겨져 있다) 오늘은 평균 138걸음 정도가 나왔다. 추위가 심해지면 보폭도 따라서 주는 걸까? 어쩌면 내 기억이 틀릴 수도 있겠다. 나도 이젠 적지 않은 나이이니까....
영하의 날씨 속에서 기온과 보폭,이란 걸 따지며 걷다보니 하얼빈에서 동상과 관련된 인간생체실험을 했다는 일본 관동군(만주) 제731부대가 떠오르고 온 몸에 약간의 소름.....
1월 21일 .... 언론에서 얼어붙은 강물을 자주 보여주고 주변 사람들의 입에서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수온주가 영하 10도를 한참 지나 북국의 겨울밤이 생각나는..... 1월 아침 기온이 종종 영하 30도 가까이 내려가던 그해 2007년과 2009년 중국 길림의 겨울
파키스탄 학생들도 모두 떠나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오층 기숙사에서 홀로 문잠그고 잠들던 2007년 1월(혹한을 뚫고 하얼빈 얼음조각축제에도 갔던 기억이 나네)과 그래도 몇몇의 중국 친구들을 사귀어 영하 20도가 넘는 거리를 가끔씩 쏘다녔던 2009년의 1월
2007년의 기록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고 싸이월드를 뒤져보니 선명도가 낮은 상태이지만 2009년 1월의 사진들이 몇개 남아있어 옮겨와본다.
1월 22일 ..... 올해는 이런 풍경들을 못 볼 줄 알았는데 우랄블러킹,인지 뭔지가 가져다준 매서운 공기층이 한반도를 덮어 겨울이 한창이다. 시절은 말그대로 서슬퍼런 겨울공화국의 기세가 날로 더해가고 아기예수의 얼굴을 한 슈퍼엘리뇨같은 변덕쟁이 개구쟁이 아이들만 신바람났다.
사진은 올해 처음 문을 연 과천얼음썰매장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