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텃밭-생활의 발견

2016 추석부근

빛의 염탐꾼 2016. 9. 27. 10:40

8월 20일 ....  더위에 지쳐도 목구멍은 시퍼렇게 살아 무언가를 부르는데.....오늘점심은 '강원도팔월전통농촌가정식' 되시겠다. ㅎ



8월 21일 ..... 더위가 끝났다고 해서 올라왔더니 몸에 땀띠가 날 정도이군. 기상예보 아나운서는 자꾸만 틀리는 예보에 멋쩍어 하는데 그 멋쩍음의 공격대상은 전기세누진제로 향하네. 기상청예보만큼이나 한치앞을 모르던 올림픽 여자배구는 중국의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네. 주팅도 후이루오치도 쉬윈리도 하여간 중국의 폭넓은 저변은 부럽기만 하네.


오랜만에, 고향에 있을 때 그리웠던 장수막걸리.... 안주는 냉콩국수와 삶은 감자.... 하여간 지금 이순간 나의 공격대상은?


기상청 미워! ㅎ



8월 26일 ..... 오랜만에 양재천을 걷다 보니 곳곳에 개똥참외 비슷한 걸 누군가가 무더기로 뽑아 놓았다. 참외와 오이를 닮은 이 놈들과 비슷하게 생긴 식물로 귀화식물인 가시박이 있는데 식물생태계를 파괴하는 놈으로 요즘 한창 욕을 먹고 있다. 아마도 이놈들을 고놈들로 착각했나보다. 찾아보니 가시박은 꽃이 흰색이라 이놈들은 다른 종이 분명할 터. 아이에게 호박이라고 설명하는 애기엄마에게 가시박이라고 괜히 아는척을 한 게 후회되네. 그리고 또 한 놈의 왜래종, 미국실새삼. 환삼덩굴에 주로 붙어 있어 환삼덩굴의 또다른 일부인가 했는데 이놈도 귀화기생식물이라고 작년에 정영운샘이 친절히 일러주었다. 각설하고


내가 신토불이류를 부르짖는 국수주의자와는 거리가 멀어서 모든 왜래종을 배척하는건 아니지만 가시박이나 미국실새삼같은 한번 들어오면 급속하게 모든 영역을 자기의 땅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런 왜래종은 배척할 수밖에 없을 터. 들어오는 즉시 종다양성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들이기에....


사드가 한반도에 절대 들어와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8월 30일 ..... 삶의 마디마디도 올해의 계절변화 만큼이나 어제와 아무렇지도 않게 한순간 절연될 수 있다면.... 몇일전만 해도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가지고 있는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제꼈는데 오늘밤 그 문들을 다시 닫는다. 순식간에 바뀌는 이 변화가 그리 싫지도 좋지도 않다. 어차피 내 삶은 앞을 보며 걷는 것에 한없이 서툴고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될 것이기에.... 삶에도 계절을 명명할 수 있다면 어쩌면 지금을


가을이라고 하자.....



9월 2일 ..... 당신의 가을은 어떤가요? 보송보송? 까끌까끌? 곧 억새와 갈대의 흔들림이 올꺼야....



9월 4일 ..... 홍천 그리고 춘천 소양강댐




9월 6일 ...... 국가폭력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 있다.


지난번에 갔던 은평구 홍제동 개미마을이 다시 생각나서 개미마을을 거쳐 인왕산을 넘었다. 인왕산 정상에 서니 곳곳에 군부대 건물, 인왕재색도는 온 데 간 데 없네. 삼척동자도 마음만 먹으면 휴대폰으로 세상을 요리하는 이 대명세상에 곳곳에서 군인들이 청와대 쪽으로 사진을 못찍게 감시하고 있네.


또다른 분신을 중국과 동남아로 외유 보내고 진짜 그녀는 청와대에서 잠자고 있나? 일곱난장이들을 보초서게 하고서....


























9월 20일 ..... 오래된 글.... 1993년? ㅎㅎ









9월 21일 ..... 경천동지할 일이 자꾸 발생하니 바위처럼 사는 것도 쉽지 않겠지..... (참고로 경주에서 12일 5.1과 5.8지진 발생 일주일 후 19일 4.5여진 발생)






9월 23일 .....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한영애.....



9월 26일 .... 서울로 가는 길, 삼척과 미로를 거쳐 도계역에서 점심을 떼운다. 지나가는 강아지도 배추이파리(만원권 지폐)가 아니면 물지 않았다는 자조섞인 스토리텔링도 비껴간 듯..... 도계읍은 여전히 나름 북적거린다.

1998년인가 '곧 사라질 지난 시대의 유물'같다고 노래했던 스위치백 열차구간은 2012년에 사라지고 관광열차로 한 구간만 운행한다는데(그러고보면 언제나 공사중인 이 토건의 나라에서 꽤 오래 버티었구나).... 사라진 그 구간을 그리며

청량리행 열차를 기다린다.


사진은 나름 낡은 곳 위주로 찍었다.



환선굴 가는 길


1

백두대간 꼭대기를 지나자 열차는 뒤로 가기 시작했다 열차가 뒤로도 가다니 통리와 도계 사이, 동대구발 강릉행 열차는 곧 사라질 지난 시대의 유물같은, 스위치백 구간을 넘는다 어디 사람만이 힘겨우랴 세상을 버팅기는 모든 것 들에게 일시에 밀려드는 현기증, 이 길 어디쯤엔가 큰 동굴이 하나 있고 또 몇 십리 더 가면 정동진이 있다고 기차는 덜컹거린다 솟아올랐다 갑자기 떨어지는 아득함을 줄이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구간에서도 아득함은 여전하고 협곡 사이로 울컥 멀미가 인다 어둠에도 깊이가 있을까, 낯 선 이 길도 알고 보면 언젠가 지나간 길이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터널이 많아 장난을 쳤던가 또는 동해 일출을 보기 위해 떠나던 청춘의 길, 일출보다 태백준령의 설경이 더 눈부셨지 지금은 다만 어둠의 깊이를 보고 싶어 넘는 길, 십오리 미로의 동굴에선 거짓말같이 계곡이 흐르고 떨어지는 폭포수, 어둠의 층층계단 아래 눈 없는 도룡뇽과 박쥐떼가 숨쉬고 있을까


2

빛이 곧 어둠이고 어둠 또한 빛인가

신기역 버스 터미널, 햇살에 자꾸만 눈이 감기고
천년의 암흑 속에서도 석회암을 녹이는
샘물소리 벌레소리 환청인 듯 울리는데
희뿌연 창을 달아 세상을 희롱하며
세상에 희롱 당하며 달려가는
삶은, 어둠이 보낸 빛의 염탐꾼
손을 들어라, 남은 힘을 다해
뛰어 들어라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증편했다는 대이리행 버스는
좀체 올 기미가 없지만

(1998년 4월, 황완규)























마지막으로 재미삼아 8월 29일..... '강남달'을 불러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