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염탐꾼 2018. 3. 27. 12:55

11월 9일 ...... 오늘 아침 옥상에서 만난 잠자리 화석?이라고 해도 되는지 모를 놈. 불을 쫓아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방수페인트의 냄새에 이끌려 날아왔나? 아니면 선명한 초록빛을 풀밭으로 착각했나?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비행중에 잠시 착륙했었나? 어쨌든 삶과 죽음의 경계 또한 저토록 한순간으로 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는 가을날.


※ 화석의 생성 조건
㉠ 생물의 유해가 급히 매몰되어야 함
㉡ 생물체에 단단한 부분이 있어야 함(뼈, 껍질, 식물의 조직)...
㉢ 화석화 작용을 받아야 한다.(암석화, 치환, 탄화, 냉동, 건조, 몰드, 캐스트)



11월 14일 ...... 어쩌면 모든 사물과 존재는 소멸의 순간에 제 원형의 빛을 오롯이 드러내는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행정구역상 오지농촌에 속하지만 이 세상의 어느 시공간도 사람도 물질의 이기와 황금만능주의에 점령 당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이 곳의 생활 속에서 봄 지나고 여름, 그리고 가을날까지도 뼈속 깊은 오지의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몇일 전 한바탕 서리 내리고 늦가을로 접어든 오늘 빈들판과 마른 가지로 남은 스산한 풍경에서 변방 오지의 쓸쓸함이 내 피부에 깊이 와 닳는다. 그리고 소멸에 대해서.....

지극히 현실적인 놈이라서 아직은 소멸되어 가는 존재와 사물에 대해 그리 눈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그 현실감이란게 또 어쩌면 소멸의 기미를 더 일찍 눈치챌 수 있는 것이기도 해서 오늘 해거름녘 풍경들이 가져다 주는 소멸에 대한 느낌은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어쩌면 지금은 아래 소개하는 시인 안현미의 오래된 시구절 처럼 '마음을 도려낸 칼을 씻고 그렇게 그냥 ..... 세검정처럼 시간을 잃어야 할 시간인지도 모르겠'지요. 그건 그리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니까요.


마침표
- 안현미



자하문( 紫霞門) 고개를 넘어갔지요 서쪽 하늘에선 노을이 지고 있었고 나는 세검정(洗劍亭)에 도착해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지요 내가 도착하는 곳은 해가 뜨는 곳이고 당신이 도착해야 하는 곳은 해가 지는 곳 해가 뜨는 곳과 해가 지는 곳 사이에 세상의 모든 아침과 저녁이 있지요 사랑은 그렇게 모든 것이죠 그녀가 맨발로 다다르고 싶어 했던 천상의 시간일지도 모르고 그가 가지 가지 않았으나 꿰뚫어본 0시의 어둠일지도 모르는 채 그것은 그렇게 그냥 내게 이미 도착했거나 영원히 도착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요 아프지 말아 내가 원한 건 그게 아녔어 라고 말해주기에 나는 당신 때문에 아픈 걸 테지요 이제 마음을 도려낸 칼을 씻고 그렇게 그냥 세검정처럼 시간을 잃어야 할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요



11월 18일 ...... 대구 와서 Local post 회의 쪼매 하고 요렇게 놀고 있어요.




11월 22일 ...... 살아 남는다는 것은 그리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11월 27일 ...... 백암숲체험장 조성사업의 하나로 큰 산을 다 깎아내고 백일홍(베롱나무)동산을 조성하고 있는 모양인데 원래 자리에 있던 무연고묘들의 주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는지 아니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곳곳에 경주의 왕릉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네요.

거대한 토건세력 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위대한 한국의 장묘문화여!



11월 28일 ......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피묻은 칼을 씻는다는 세검정이 있다면 우리 동네에는 마음을 씻는다는 세심지가 있다. 도대체 무슨수로 마음을 씻나? 슈퍼타이와 옥시크린을 마시고 몸을 한시간 동안 굴려야 하나?



11월 30일 ...... 어제밤 페이스북에서 후배로부터 반려견을 키워보라는 제안을 받았더니 오늘 산책길의 모든 바위들이 강아지처럼 보이더라고요. 심지어는 들판에서 놀고 있는 소조차도 강아지처럼 보였다면 믿을랑가?



12월 11일 ...... 천 길 낭떠러지에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맘껏 비웃어 봐. 송곳 같은 냉소와 조롱의 날을 간다면 그건 금상첨화.




12월 19일 ..... 어머니 남매 모임에 가서 재롱 피우고 왔어요. 오랜만의 외출.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네요.



1월 3일 ..... 하루 하루의 풍경이 달라지는 이 마을에도 일본식건물인 적산가옥이 아직 남아 있구나? 삼나무와 편백이 가져다주는 일본식 직선의 미학,에 자꾸만 눈이 간다.



1월 4일 ..... 어제의 그 집을 둘러보다.






1월 4일 ..... 오랜만에 돈 벌러 다니고 있어요. 주방보조, 그냥 속된 말로 아주 나이 많은 노땅 주방뽀이boy.




2월 8일 ..... 영양 수비면 수하에 있는 비지미골 김대준가옥을 오랜만에 가보다. 할머니는 보지 못했다.





3월 22일 ...... 모든 만물이 물이 오르는, 이 계절에 내 몸에선 물이 내려가는지 이틀 동안 앓아 누워 있었다. 관악산 문원폭포 염탐도령에게 기 좀 받아올까 해서 일년하고도 몇달만에 문원폭포 갔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