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처서 무렵
빛의 염탐꾼
2018. 8. 27. 14:41
처서 무렵
나도 소시적엔 이 바닥에서 날라 다녔지 내 주먹 한 방이면 모두들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지 친구 앞에서 주먹자랑 하지 말라 했거늘 밤공기가 제법 견딜만해지자 다시시작되는 친구 두 놈의 지긋지긋한 그 놈의 힘자랑 젊어서 한 가닥 안 한 놈이 누가 있냐고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내가 한마디 거들자 둘 다 초점 잃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내 목덜미를 향해 손을 뻗는다 이 환절기에 어김없이 또 피를 봐야 한단 말인가 아서라 세월이 어디 그 따위 허풍에 멱살 잡힐쏘냐 두 놈의 손을 피해 뒤로 몸을 젖혔다가 바로 세워 앞을 보니 아무렴 그렇지 또 속았다 두 놈이 나를 향해 건배 건배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