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염탐꾼 2018. 8. 27. 15:59

계절에 한번 정도 사진첩 삼아 그동안의 흔적들을 블러그에 저장하는데 이번은 온통 백암산 뿐이구나. 무척 더웠던 지난 한달 더위 식히러 자주 계곡을 찾았던 기억. 온정 바닥에서만 놀았구나.



7월 4일 ..... 구름 위의 산책, 올 동해안 계곡 피서객들은 물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오늘 오후 백암폭포







7월 7일 ..... 역암거사 성기호군 보시오. 백암산 정상 가는길 주등산로에 있는 제4토굴의 상태를 둘러 보았다네. 들어가보니 일단 넓이와 길이는 제1.2토굴에 비해 많이 부족한 듯 하나 한 명 정도의 수행처로는 안성맞춤이었다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바닥으로 물길이 나 있는데 이 또한 요즈음 나흘 정도 비가 계속 내려서 그런 듯 하오. 장마철만 피한다면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닐 듯 하오. 50m 부근에 꽤 높은 계절 폭포가 있고 또 거기서 등산로 따라 300m정도 더 가면 왠만해서 물이 마르지 않는 계곡이 있어서 물걱정은 안 해도 될 듯 하고 그 주변에 족히 200년을 훌쩍 넘긴 쭉 쭉 뻗은 금강송이 즐비하니 그걸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키가 무한대로 늘어날지도 모르오. 만에 하나 도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색도가 들어 달빛 어스름한 밤중에 그 미인송들에 홀려서 끌어안고 잠 들 수도 있다는 점, 고게 약간 우려되구려. ㅎㅎ











7월 11일 ..... 처음엔 백암폭포만 갔다가 뒤돌아서려 했는데 십이폭포 닮은 폭포지점과 주계곡이 합수하는 지점이 급 궁금하여 길도 없는 샛길로 빠져버렸네. 아니나다를까 벼랑을 만나고 어렵사리 내려가서 그 지점에 닳았네 20대 시절 아무 생각없이 주등산로에서 십이폭포 닮은 폭포로 내려오다 몇개의 바위벼랑을 만나 개고생을 한 후 다시는 그쪽으로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는데..... 백암폭포 위의 수많은 선녀탕을 눈에만 담고 내려오려 했지만 그게 또 맘같지 안 되네. 마지막 사진의 오른쪽 폭포수에서 물을 맞았는데 이빨이 덜덜거릴 정도로 차가웠네. 아마 왼쪽폭포수에 몸을 맡겼다면 어깨가 내려앉지 않았을까?








7월 17일 ..... 오래된 마을 우물에 가서 등목 한 판 하고 왔네. 예전에 상수도가 보급 안 된 시절 마을의 생활용수를 공급했던, 지금도 얼음장같이는 아니지만 냉장실물보다는 더 차가운 물이 철 철 솟아오르는 우물.




7월 18일 ..... 선녀탕으로 피신. 지난번 폭포수 맞았던 곳은 물이 떨어지지 않아서 조금 더 위의 탕으로 이동하여 어깨에 찬물 찜질. 백암폭포도 물이 줄어들고 있네.






7월 21일 ..... 선녀탕 순례도 은근히 중독성이 있네그려. 오늘은 몇일전 물 맞았던 탕에서 백미터 정도 위에 있는 탕에 풍덩 입수. 보기와 달리 한길이 넘어서 머리카락 쭈뼜.


하늘에서 갑자기 선녀들이 내려와서 무더위에 지친 중생들을 구원해 줄 거라는? 터무니없는 풍문이나 낭설이 들려온다면 귀가 솔깃해 질 것같은 어마무시하게 더운 날들이 십일 넘게 이어지고 아열대 이후 지방에서 대중들이 봄가을(특히 봄, 열대지방은 우기에는 건기 건기에는 우기가 되겠지?)을 향해 거의 이념과 종교 수준의 구원성을 뛴 믿음을 가지게 된 것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추위와 더위 때문이였을 것이다.


어쩌면 다양성을 거부하고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이념과 종교도 고단한 현실 속에서 싹튼 풍문과 낭설에서 출발하고 또한 거기에 기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게 세상의 이치에 맞아서 믿는 것이 아니고 고단한 현실을 잊기 위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리라.



7월 30일 ..... 동해안엔 토요일부터 기온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오늘 갑자기 가을이 되어서 이 때다 싶어서 신선계곡코스를 제외하고 제일 긴 코스로 산행


백암한화리조트-까치봉-정봉금강송군락지-정상-흰바위-백암산성-백암폭포-온천장

슬프게도 모레부터 다시 다른 지역과 같은 정상기온으로 오른다기에 백암폭포 한참 위에 있는 한 길 넘는 탕에서 냉기를 저축하고 왔다네. 희안한 건 다른 탕들은 물이 대부분 말라가는데 그 곳은 그대로, 이무기가 튀어나와서 같이 하늘로 올라가자고 할까봐 급히 빠져나왔다네.








8월 7일 ..... 계곡에 다시 물이 넘쳐 흐르고 동해안이 매력적인 이유는 여름에 가끔씩 저온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어제부터 연이틀 비가 내리고 내일까지는 못 믿겠지만 낮기온이 28도 라는군.







8월 11일 ..... 권력을 가진 높은 것들은 감추는 게 일상다반사.....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백암산 정상 주변 봉우리들이 육일째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오랜만에 더위 걱정없이 산책 후

有朋이 하루가 멀다 하고 自遠方來하던 한달 반 전 쯤, 20년 만에 만난 어떤 有朋이 두고간 전복에 제철인 호박과 감자를 썰어 넣고 수제비를 끓인다. 너무 급하게 수제비를 떴더니 너무 굵네 그려. 어쨌든 지금은

시인 장석남의 시구절 같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는 시절'..... 이런 감정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나도 모르고 최영미 시인의 노래처럼 이 상황이 한 때 지나가는 소나기이길 바라는 지 아니면 한 때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기를 바라는 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8월 13일 ..... 일주일 동안 세찬 빗줄기 몇 번 지나가고 내내 흐리고 산발적인 빗줄기를 뿌려서 낮기온을 30도 밑으로 유지시켜 주더니 올해는 어느 곳도 예외일 수 없다는 듯 오늘부터 다시 불볕 시작.... 계곡수가 줄기전에 냉기저장 산행






8월 19일 ..... 오랜만에 신선계곡에 들렀더니 주말산행 산악회 전세버스가 16대가 와 있다. 설악산같은 지리산같은 유명 국립공원도 아닌데 유산객으로 계곡이 시끌벅쩍..... 오는 사람 막을 수야 없겠지만 제발 지나간 자리에 흔적만 안 남겼으면 좋겠다. 다섯번째 구름다리 아래 계곡에서 발 담그고 돌아왔다.







8월 25일 ..... 최대한 천천히(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러고 싶은 날도 있기도 해서) 걸으며 돌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과 세계 여러나라의 지도를 닮은 소나무의 수피와 쇠똥무더기를 닮은 굴피를 오래도록 쳐다 보았네. 시간이 만들어낸 모든 문양은 아름답구나.
























8월 27일


처서 무렵


      나도 소시적엔 이 바닥에서 날라 다녔지 내 주먹 한 방이면 모두들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지 친구 앞에서 주먹자랑 하지 말라 했거늘 밤공기가 제법 견딜만해지자 다시 시작되는 친구 두 놈의 지긋지긋한 그 놈의 힘자랑 젊어서 한 가닥 안 한 놈이 누가 있냐고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내가 한마디 거들자 둘 다 초점 잃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내 목덜미를 향해 손을 뻗는다 이 환절기에 어김없이 또 피를 봐야 한단 말인가 아서라 세월이 어디 그 따위 허풍에 멱살 잡힐쏘냐 두 놈의 손을 피해 뒤로 몸을 젖혔다가 바로 세워 앞을 보니 아무렴 그렇지 또 속았다 두 놈이 나를 향해 건배 건배를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