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생활
바람의 사생활
이타성도 알고 보면 지극히 개인주의라서
중요한 건 언제나 나의 느낌이다
바람은 지금 이중생활 중이다 여름과 겨울에 두 집 살림을 차리고 그 생활을 꾸려가기에 지극정성이다 게다가 그 두 집을 오가는 사이에 봄가을이 있어 정신없이 왔다갔다 머릿속이 한마디로 문란하고 난삽하다
그런 바람도 행동거지는 지극히 단순하다 그저 내 안에서거나 바깥에서 불어온다는 것 가령,
바람이 분다는 건 변화무쌍으로 이루어진 온통의 감정이라서 겨울바람은 차갑고 여름바람은 시원한 이를테면 복잡하지도 요란하지도 않게 머리를 쓸어 넘기는 살랑살랑 꼬리치는 간지러움과 흥얼흥얼 싱그러운 콧노래
바람이 인다는 건 누군가를 도마 위에 올려서 씹거나 까거나 난도질 하거나 혹은 뒷담화 뒤에 잔잔히 다가오는 물결과 일렁이는 파도 서서히 물들어가는 사조와 이념
바람이 잔다는 건 동짓달 기나긴 밤의 기다림이거나 폐허 위의 공허 흉문이 휩쓸고 간 뒤의 쓸쓸한 후일담과 참을 인자 세 개가 모여 만든 눈 뜬 장님들의 평화
바람이 난다는 건 또 하나의 스캔들 나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고 남에게는 한없이 인색해지는, 같은 문을 사이에 둔 환영과 문전박대 같은, 혹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불륜 같은,
바람이 든다는 건 황새를 따라가는 뱁새 뒤로 부는 허풍과 허세와 허영과 허례허식과 허언증, 과대망상의 티브쇼, 가부장적 권위의식과 권력지향성, 뜬구름을 따라가다 쓰러져서 끝내 한 쪽을 못 쓰게 되는,
바람을 피운다는 것은 절대적인 사유화 혹은 전제군주 일당독재와 개인숭배 그리고,
그 모든 바람의 중심에는 흔들거린다는 것, 동공과 동요의 동침, 고요한 태풍의 눈이 되어
이타성도 알고 보면 지극히 이기주의라서
중요한 건 언제나 나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