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자갈의 말
빛의 염탐꾼
2019. 1. 28. 14:44
자갈의 말
입에 재갈이 물렸어요
나는 포말이 지나간 어느 해변의 몽돌
마우스피스를 입에 문 복서처럼
맞아도 맞아도 절대 소리가 되지 못해요
여기에서 나는은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만이 통용되는 우리는 우리에 갇힌
재갈 물린 말들을 통칭하는 말
둥글둥글과 원만하다로 해석되곤 하지요
우두머리는 말을 잘 부리는 자
애마부인의 인기는 아직도 식을 줄 모르죠
비정상적으로 집단성이 발달한 우리는
집단폭력에도 입을 다물고
고요한 달밤이면 집단체조를 해요
당연하게도 개별성과 개인기는
감춰야 하고요 가깝다는 것은
이비인후처럼 병 주고 약 주고
서로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는 것
보이지도 않는 그 무엇을 위해 혹은
전체를 위해서라면 이 한 몸 사라지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건
저 강가의 잔돌들도 다 아는 사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듣고 자란걸요 그저
어떤 물결과 바람이 지나가더라도
여럿이 모여서 나직한 목소리로 지껄이는
소리 또는 그 모양으로
자갈자갈 자갈자갈
절대 말이 될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