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샘나요
빛의 염탐꾼
2019. 2. 6. 21:55
샘나요
샘요? 배가 아파 미치겠어요 왜 그래? 이웃사촌이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 모양이지 그게 아니고요 간밤에 개나리랑 벚꽃이 만개한 꿈을 꾸고 일어났더니 아랫배가 살살, 길몽인지 흉몽인지 태몽인지 좀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젊은 사람이
태몽은 무슨? 해몽 같은 건 다 엄마들의 노파심에서 나온 것이고 앞을 내다보는 건 반칙이야 천기누설에는 천벌이란 형량이 따른다는 걸 명심하시게 그럼 로또를 사러갈까요 애인을 만나러갈까요 이보게
나는 점쟁이도 해몽가도 아니고 두문불출하는 은둔형 외톨이라네 달력 좀 보게 아직은 이월이야 모든 생각은 바람과 접촉하는 순간 시샘으로 돌변한다네 그게 바로 꽃샘바람이야 바깥출입을 삼가시게 전혀 용하지 않은 점쟁이에게 갖다 바치는 두둑한 복비처럼 사기 당하기 십상이라네 우리 집
가훈이 질투는 나의 힘이고 천재는 일 퍼센트의 재능과 구십구 퍼센트의 시샘으로 태어난다네 자연은 좋은 선생님도 나쁜 선생님도 아니여서 자연이 가르쳐주는 건 늘 뒤통수를 치는 것과 뒤통수를 맞는 일이라네 저 바람에
날아다니는 검은 물체는 비닐봉지 인가요 까마귀 인가요 자연스럽다는 건 뿌리깊은 나무, 백년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을 가지고 있다지요 그나저나 샘요? 퍼내도 퍼내도 솟아나는 이 샘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고건
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간장, 엄마에게 퍼 드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