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나이테
빛의 염탐꾼
2019. 2. 12. 15:07
나이테
오십 줄 넘어서니 나이 태가 난다는 소릴 자주 듣는다
상대방도 그 말을 하고서는 겸연쩍어서인지
뒤에 아직은 어쩌고저쩌고 말을 흐리지만
그건 그냥
나도 당신도 이미 늙었다는 얘기
나이 태가 난다는 건 나이 값을 하라는
모양인데 산기슭 여기저기
베어진 나무 둥치마다
둥근 문양이 선명한 나이테
지하철 이호선을 타고 깜박 졸았더니
나이테를 한 줄 더 두르며
한 바퀴 돌았군요
원점
다시 그 자리
마지막 테두리를 그을 때까지
어지럽게
빙글빙글
Ringwanderung
나이 값이 뭔지
어른스럽다는게 뭔지
불혹 지천명 이순
공자왈 맹자왈
이 딴 것인지
그도 저도 아니고
그저
나잇살=뱃살인지
내 몸의 횡단면에는 과연
어떤 문양이 새겨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