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도무지
도무지의 깊이는 아무도 모른다 도무지로 들어가는 사람을 본 이는 여럿 있지만 그 속에서 나오는 사람을 봤다는 이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도무지의 열 길 물속은 아무도 모른다는 한 길 사람 속보다 확실히 깊어서 도무지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잡아먹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예로부터 도무지의 물이 그저 사람 속을 끓게 하는데 특효약이라는 소문만 무성하였다 옛날 어느 고을에 도씨 성을 가진 남편과 무씨 성을 가진 아내가 살았다 그들은 마음씨 곱고 금슬 좋은 부부였다 부부는 아들딸을 열이나 낳고 부부싸움 한 번 하지 않고 아무 탈없이 잘 살았다 그러나 부부는 서로 대화가 없었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맘을 먹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남편은 나무 하고 논 갈고 아내는 밥 하고 밭 메고 아이들은 저들끼리 잘도 자랐다 어느 날 지나가는 스님이 사는 게 뭐냐고 그들 부부에게 물었더니 들려온 거라곤 사는 게 뭐 별건가요 그저 웃지요 하는 그 한마디 뿐 이였다 스님이 시주를 요구했더니 그 자리에서 쌀 몇 되를 내어줄 정도로 그 부부는 인심마저 후했다 스님은 돌아가면서 그들 부부에게 백세까지 너끈하게 살 테니 걱정말라고 했다 그리고 절대로 서로의 마음을 알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스님의 말대로 부부는 백년해로 하다가 죽어서 집 근처에 나란히 묻혔다 어느 날 천둥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내리더니 그 자리에 물이 고였는데 그 부부의 성을 따서 마을 사람들은 그 곳을 도무지라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