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화진포에서

빛의 염탐꾼 2019. 3. 10. 17:56

화진포에서

    


 

모래 언덕에 막혀

속이 문드러지고 썩어가도

그게

강물과 파도의 일이라는데

어쩌겠어요


저 멀리

모래톱 너머

석호는

자꾸만

물비늘을 뿌리는데


지금은

마음 한 켠에

거대한 독을 품고

사막으로 가는

숙성과 발효의 시간


제 속에 소금물을 들여

항아리 모양으로

절여지고 익어가는 저 호수되어

시간을 잊을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