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염탐꾼 2019. 4. 2. 16:40

Korean time

    


 

기다림에 대해 생각한다

희망의 끈에 대해 생각한다

그 끈을 언제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나

이제 그만 놓아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자주 약속시간을 어기는 친구가 있었다

늘 짧게는 십 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가량 늦게 나와서

딱 그만큼씩 일찍 나가는 나와 그의 만남은

자주 삐걱거리고 엇박자를 내기 마련이었다

나중에 그 친구의 별명이 철가방이 되었는데

오늘도 약속시간에 늦게 나오는 그 친구를 보면서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리송한 건

어제 저녁에 먹었던 자장면이

왜 하루가 지나서야 속에서 부글거리는지

우리는 언제까지

배고픔과 기다림에 지친 재촉에

지금 갑니다 혹은 방금 출발했습니다로 답하는

중화반점의 거짓말 배달타임을

친구의 애교 섞인 한마디를 닮은

하나도 믿음이 가지 않는

원시주술 같은 그 말을

믿고 싶어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 이였다

기다림이란 내 친구의 코리안 타임마냥

늘어났다 줄었다를 반복하다 끝내

헐거워지거나 딱딱해지는

인디언인형들의 기우제와 같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

그건 어쩌면

자꾸만 틀리는 비 예보에도

이불빨래를 할까 말까 늘 망설이는

건장마의 날들과 다를 바 없어

오면 오는 대로

오지 않으면 오지 않는 대로

잘못 맞춰둔 자명종으로 인해 지각하고야 마는

어린 학생의 시계초침이 되어 흘러가자

온다는 것들은 영원히 오지 않거나 와도

오는 시늉만 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