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산벚이 필 무렵

빛의 염탐꾼 2019. 5. 2. 15:24

산벚이 필 무렵




우리에 갇힌 개들이 평소보다 더 사납게 짖어댄다

어제는 물이 새는 수도꼭지를 교체했는데

아무리 해도 물이 조금씩 스며난다

오랜만에 뜀박질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체육복 사타구니 밑이 터져있다

피부도 광장의 기억을 가지고 있나봐요


최루탄 물대포 아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져 나오는 것들, 이를테면

눈물과 함성 같은

막춤과 공기방울 같은


숨이 차고 답답하다는 어머니는

읍내 장터에서 떠돌이 약장사들이 펼치는 쇼를 보러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외출했다


봄이 왔어요

만병통치약이 왔어요

하수구 변기통

뚫어 뚫어

막힌 속도



돌팔이가 왔어요

꼭두각시가 왔어요

어릿광대 피에로가 왔어요


박힌 말뚝이 뽑히고

높은 성벽이 무너지고

뺏고

빼앗기고, 지금은

우리 생애 최고의 호시절

호시탐탐


산벚이 필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