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염탐꾼 2019. 5. 20. 21:16

오월

 

 

 

이차돈의 흘린 피가 뿌려진 걸까

이팝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찔레

꽃들은 하나같이 희기만 해서

오월은 날마다

평생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토지대장

한 번 가져보지 못하고

떠난 자의 기일 같고

할머니 초상날

초등학생 눈매 위로 아른거리는

모시적삼과 삼베 빛으로

세상의 모든 상복과 소복 빛으로

무명천이 드리워진 할머니 빈소 위로

삼시세끼 차려지던 고봉쌀밥으로

꽃은 피어나는데

 

내 마음의 열병식은

일렬종대 일렬횡대의 논밭에서 멀어진

잡초 우거진 묵정밭이거나

불모의 황무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고

 

저기 저

꿀벅지 뽐내며 조깅하는 아가씨

학창시절 껌 좀 씹었을까

온산 가득 번지는 아카시아 향기

 

말 못할 슬픔을 안고 나도

온 몸 가득 흰 꽃을 피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