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길게/자작시
그늘
빛의 염탐꾼
2019. 7. 11. 14:38
그늘
그가 내 얼굴에 그늘이 져 보인다고 말했을 때
그 말이 내게는
내 앞 쪽이나 등 뒤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말로 들렸다
너 참 귀신같아, 무서워
나는 그렇게 무심하게 되받아쳤는데
그러는 너는 왜 아직 부모 그늘에서 못 벗어나고 있니? 이 마마보이야, 라는 소리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사랑은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서로의 그림자를 밟고
기울고 기울어져 마침내
붉은 노을과 저녁을 향해 달려가는
음지의 일이고 보면
꼭 말을 해야 알겠니? 이 바보야
끝내 뱉어내지 못하는 그 한마디처럼
내 얼굴에 당신 가슴에
온통 그늘이 질 때
그건 어쩌면
강보에 누워 떼쓰는 아기가 엄마 품으로 달려들 듯
마음속에 누군가 자리잡는 것인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