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염탐꾼 2019. 8. 14. 12:31

 

 

꿈속에서 연인과 함께 번지점프를 하러 갔어요

그녀는 나의 발목을 묶지도 않은 채 절벽에서 나를 밀어버렸어요

발버둥치며 어딘가로 끝도 없이 떨어지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어요

그리고 걸려온 그녀의 목소리


산책할 때 꼭 강아지 목줄 챙기는 거 잊지마

아님 벌금이야


신랑 신부가

목걸이와 반지를 끼워주듯

시계와 팔찌를 채워주듯 혹은

목욕탕 탈의실열쇠를 차듯

범죄자가 수갑과 족쇄를 차듯

전자발찌에 묶이듯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생은 나의 발목을 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데

 

반복되는 꿈을 꾼다는 건 뻔뻔해서거나 무지해서거나 둘 중 하나

 

앞이 보이지 않는다면

물귀신 작전이 최고 아니겠어요?

 

참 이상하지

몇 번의 만남 이후

그녀가 나의 손목을 잡았을 때

그 느낌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

 

지금도 생생한 건

혼자서는 절대 안 돼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그 한마디

 

여울목에서

병목에서

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흘러가는

 

그대

목 사이즈가 어떻게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