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염탐꾼 2019. 8. 20. 20:57



콘크리트 마당 여기저기

갈라지고 부서진 곳에 올라온 풀을 뽑는다

도저히 뿌리내릴 수 없어 보이는 곳에서

뽑아내도 뽑아내도 어디서 날라와

기를 쓰고 뿌리내린 잡초들


그래

틈이 생겨야

틈이 벌어져야 어쨌든

파고들 구석이 있지, 이를테면

틈이 나야 할 수 있는 것들

여행이다 취미다 예술이다 혁명이다 하는 그런

 

설령

보이지 않는 그 바늘구멍으로 들어오는 것이 황소바람이 될지언정

페레스트로이카와 약한 고리가 될지언정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헤어지고 만나고

만나고 다시 헤어지고를 반복한 몇 십 년의 세월동안

내가 반듯한 사람이나 빈틈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극도의 경계를 보였던 이유를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정이 가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듯도 하다


그리고 문득 생각나는

틈나면 언제 한 번 다녀가라

이제는 만나지 않는 지인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울리던 그 짧은 한 마디들


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

그게 바로 빈틈이었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