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염탐꾼 2019. 12. 31. 16:13

합석

 

 

 

탑골공원 계단집에서 모르는 할아버지들과 얼굴을 마주 보고 막걸리를 마셨다


예전에 여인네들 끼고 앉아 젓가락 두드리며 놀던 방석집은 들어봤어도 계단집은 처음 들어본다고요 그게 말이죠


낙원상가 계단 아래 자리 잡은 선술집인데 테이블이 하나밖에 없어 무조건 합석해야 한다는 거죠


다들 한번쯤은 있잖아요 고등학교 친구의 직장동료 회식자리에 어쩌다가 함께했다거나 대학 친구의 고향 친목모임에 우연히 끼어들었던 그런 경험들 그리고 뭔가 표현할 수 없는 그 기분


지하철 혹은 택시 옆자리에 어느 누가 앉아도 누구세요?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통성명을 하기도 뭐한 꾸벅꾸벅 제각기 졸며 가는 혹은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노선도 모르는 버스를 타고 종점으로 갔다가 다시 그 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삶은 어쩌면 이와 같아서


어떤 목적지도 기대치도 없이 무작정 무조건 흘러가는


합석같은 것인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