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처방전
꽃샘 처방전
눈앞은 온통 꽃 세상
인생사 돌아보니
답답하고 분하고 억울하고
숨이 차고 속이 더부룩해요
소화불량과 온갖 위장장애
모든 속병은 화병의 일종이고
화병과 변비는 뚫어주어야 제 맛 이라지요
마르셀 뒤샹의 변기설에 의하면
변비 때문에 샘이 막히기도 한다는데 그건
뒤집어 생각해 보면
시샘이 변비를 해소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뜻 아닐까요
원로배우 신구와 김영옥이
변비약 메이킨큐 광고에 나와서 외치는
변비 때문에 하늘이 그레이 색이야라는 멘트가 욕처럼 들린다고 혹은
그 보다 한참 오래 전
같은 제품의 광고에 등장했던 날씬한 모델들이
리듬체조 여왕 손연재를 향해 속삭이는
연재는 어쩜 저리 가볍고 부드러울까라는 멘트가
손연재 안티팬들에게 욕을 왕창 얻어먹고부터
노이즈마케팅이 대세가 되었다는데 그
노이즈마케팅이란 것도 알고 보면
질투유발 효과를 노리는 거 아니겠어요
하나의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고
같은 땅 위에 두 개의 계절이 존재할 수 없는 법이건만
늙은 주상에게 젊고 아리따운 새 후궁이 간택되는 날
너무 오래 산 대비가 아직은 새파란 중전에게 내 쉬는
체념과 한숨 같은
봄바람 분다고 장독대 깨지나
질투는 칠거지악의 으뜸이고
여자는 자고로 투기를 멀리해야 한다고요
이보셔요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장독대 타령이요
부동산 투기 없이 어떻게 집안과 살림을 일으키느냐고요
칠거지악은 뒤집어보면 칠거지선이고
네 알겠어요 참을 인자 세 개랑 희생이란 두 글자는 처방전에서 빼 드릴께요
깨소금과 식초 맛으로
간장 된장 항아리 가득한 장독대를 깨부수듯
시원하게 뚫어 버리는 유쾌 상쾌 통쾌한
삼월에 부는 바람은
결백한 꽃샘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