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호남정맥 환경실태조사 - 일시 : 2005년 4월 5일(화) ~ 4월 8일(금) - 구간 : 둔병재(화순군 화순읍/화순군 이서면) ∼ 곰재(화순군 청풍면/장흥군 장평면) - 지도상거리 : 61km 화순군 이서면에 있는 오산을 오르면서는 고향을 그리워하듯 나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뒤를 향한다. 조금씩 아스라해지는 무등산. 왁자한 명절을 보내고 길 떠나는 자식들을 향해 어서 가라며 손사래치는 어머니의 모습과 참 닮아있다. 봄기운 완연한 호남정맥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노란 생강나무꽃이 나를 향해 방긋 웃고 있지만 내 마음속 아주 깊은곳의 허전함까지 달래주지는 못했다. 어지럽게 펼쳐진 임도를 몇 차례 건너고 정상에 오르니 화순땅을 적셔주는 동복호가 푸르게 빛을 내고 있다. 땀에 젖은 탐사대의 마음사이로 바람 한 점 불어온다. 벌겋게 드러난 산판길 따라 묘치고개에 내려서자 쏜살같이 달리는 차량들로 인해 마루금 건너기가 쉽지 않다. 화순군 동면과 동복면을 이어주는 아스팔트. 바싹 말라버린 개구리들의 사체가 아스팔트에 까만 흔적으로 남아있다. 천왕산에 오르니 서너군데의 폐광이 산자락을 지키고 있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 검은황금의 골짜기로 찾아왔으리라! 지금은 화려한 날은 오간데 없고 잔돈푼 따라 봇짐을 싸야 했던 서민들의 고단한 쓸쓸함. 그 쓸쓸함만을 호남정맥은 말없이 품고 있었다. 바야흐로 호남정맥은 이제 봄의 한가운데 서 있다. 진달래의 분홍빛이 눈부신 현기증을 일으키며 보랗빛 얼레지, 깽깽이풀의 고고한 자태가 땀을 식혀준다. 강남에서 제비가 돌아올때쯤 꽃을 피운다는 제비꽃은 모습도 이름도 각각 다르다. 남산제비꽃, 노랑제비꽃, 고깔제비꽃, 둥근털제비꽃, 콩제비꽃. 걸을 만큼 걸어서 어지간히 지쳐있는 탐사대에게 바람만큼이나 반가운 것은 가장 낮은자리에서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제비꽃이다. 고사리가 쏘옥 쏘옥 올라오고 있는 고비산을 지나자 마루금이 방화선으로 이어진다. 밤송이처럼 예쁘고 고르게 자란 숲길에 바리깡이 한 번 지나간 듯 벌건 흙길이 고속도로를 내고 있다. 화재가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나무를 베어낸다는 방화선이 과연 산불을 막아낼 수 있을까? 지난 4월 5일, 강원도에서 400ha의 숲이 잿더미로 탔던 일을 기억한다면 바람 앞에 방화선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사실을 왜 모른다는 말인가? 가파른 오르막 숫개봉을 지날땐 어느새 윗옷이 모두 반팔이 되어 있었다. 이제 제법 해가 길어지고 뜨거워졌다. 헉헉거리며 오르막을 오르는 탐사대의 숨소리가 그만큼 더 거칠어진다. 헬기장 4개를 머리에 힘겹게 이고 있는 봉미산을 지나 내리막을 걸으니 곰재를 오가는 자동차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자동차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 있다니! 저 길에만 내려서면 6차 호남정맥 탐사활동이 끝이난다. 글·사진/광주전남녹색연합 자연생태부장 정은실 |
출처 : 애기똥풀의 세상보기
글쓴이 : 애기똥풀 원글보기
메모 : 같이 호남정맥을 탄 하정옥, 서재철, 정은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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