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 어디론가 끝도 없이 걸어가고 있었어요 도중에 지난세기 이십대 때 요절한 어느 시인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누었는데 그 시인이 누구이고 어떤 이야기였는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앞에서 보았을 때 분명 미소년의 형상이였는데 내가 오던 길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영락없는 백발의 할아버지 였어요 그가 동서남북 방위가 불분명한 손짓으로 가리킨 곳은 복사꽃 흐드러지게 피어있다는 어떤 계곡 그 곳으로 가기 위해 농담인지도 여백인지도 모를 안개 가득한 어떤 고개를 넘어가는데 가도 가도 고개 마루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다리가 아파서 나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았는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과 벼락이 치고 비를 뿌렸어요 비가 그치자 사방으로 천길 바위들이 나타나서 겹겹이 나를 둘러싸고 여기저기 처음 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