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증명서
뒤뜰에 매실과 앵두와 살구가 열렸다
주렁주렁 올망졸망
동사와 의태어에도 촌수가 있어
열리다와 달리다는
같은 배에서 나온 이음동의어
잡다와 붙들다는
떨어지다와 매달리다는 또 어떤 사이인가
머리에 이고
어깨에 지고
등에 업고
손에 잡고
하나는 뽀대가 안 나요
한국에선 혈연 지연 학연이
경영에도 가족경영이 최고
선거판에 나오는 정치꾼의 약력처럼
무릇 가족관계증명서는
무조건 길게 가는 거야
거지꼴을 못 면해도 좋으니
금붙이 다이아 옥 비취
사돈의 팔촌, 온갖 장신구로
다시
주렁주렁 올망졸망
오월은 가정의 달 이잖아요
도대체 내가 너를 배고 뭘 잘못 먹었길래
생긴 게 그 모양이니
시큼한 풋살구나 풋과일을 먹었겠지요
호랑이는 꿈도 꾸지 마세요
엄마 태몽 속에 등장한 건 분명 청개구리
삐딱하고 톡 쏘는 맛이 그만 아니던가요
그게 아니라면 제 성을 갈겠어요
뭐가 그리 맘에 안 드세요
우리 사이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면
이제라도 호적에서 파버리면 그만인 걸요
목을 맨 것도 아닌데 목이 메이고
쳐다보는 눈이 많아
목구멍으로 밥이 안 넘어 간다고요
며칠 전에는 빚 때문에
일가족이 집단자살 했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절대 찢어질 수 없다고
밀어냈다 당겼다
다시 밀어내고 다시 당기는
수백 번을 반복했을 그
무겁고도 가벼운 종잇조각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