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남쪽
구름의 남쪽으로 갔더니 거대한 설산 아래 사계절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한다는 이상향이 있었다 운남성 샹그리라, 잃어버린 지평선 사이로 길은 보이지 않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서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먼지 가득 날리는 척박한 땅에서 야크떼와 검붉은 얼굴의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고 있었고 반은 구릿빛 반은 먹장구름빛의 얼굴을 한 사람들이 아침마다 룽다와 타르초를 걸고 향을 피우며 수유차를 마시는 땅에서 나는 며칠간 고산증을 동반한 감기몸살에 앓아 누웠다
우리는 늘 구름의 서쪽에서 만났다 운서역, 바다 건너 신도와 시도는 손에 잡힐 듯 지척이였지만 장봉도의 봉우리들은 소문대로 많고 길어서 트레킹을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져 모두들 갯벌에 큰대자로 뻗었다 잠꼬대처럼 어떤 이는 저기 또 구름이 지나가네라고 중얼거렸고 또 어떤 이는 사라진 구름의 행방을 묻기도 했다 바다 너머에서 비행기가 내리고 뜨기를 반복했지만 그쪽으로 눈을 돌리는 이는 하나 없었다
사람들은 군용트럭에 실려 동쪽 고개를 넘어가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구름은 종종 동쪽에서 몰려와 마을에 비를 뿌렸지만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사람들의 소식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이들이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른들은 운동은 무서운 곳이니 얼씬도 하지마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만 되풀이했는데 그럴 때는 갑자기 구름이 몰려온 듯 어른도 아이들도 모두 저승사자의 낯빛이 되었다 일 년에 한 번씩 자정 너머엔 약속이나 한 듯 몇몆집의 전깃불이 동시에 깜빡였지만 다음날 아침 어린 마음에 기다려도 기다려도 마을의 관습으로 내려오던 제사음식은 보이지 않았다
구름에 달 가듯이 붉은 가로등 아래 노을보다 더 붉은 나그네의 한숨소리 운남은 어드메고 운북은 또 어디메요 그게 무슨 대수냐며 골목마다 구슬픈 길고양이들의 허기진 울음소리 가득한데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북으로 내달리고 바람에 섞여가는 어머니의 해소기침소리는 도대체 어느 곳을 향하고 있나 한 점의 구름도 끼지 않는 생이 어디 있겠어요 이제 모든 근심걱정과 생각을 내려놓으셔요 제발 오늘도 운북엔 비가 내리고 있나 봐요 어머니
환절기의 관절에는 늘 통증을 동반하는 자폐성의 바람이 일고 다정도 병인양 모든 구름의 방향이 나를 향해 있는 듯 나는 자주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