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세한도-풍경의 발견

주작산(길림) 여덟명의 오뚝이

빛의 염탐꾼 2009. 3. 18. 00:54

3월 8일 세계부녀절이 몇일 지난 3월 14일, 우리 세명의 나뭇꾼과 여덟명의 선녀들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주작산을 올랐다. 세상에는 참 우연의 일치도 많은 법이다. 남성세명과 여성여덟, 어쩜 이리도 3.8절과 맞아 떨어지는지! 아침에 향원형님 차을 타고 오면서 이번 3.8절엔 여성회원들에게 문자를 못보내어 섭섭하였다던데 하늘은 어쩜 이리도 스스로 우리를 돕는지...... 태공대장님을 비롯한 참석 안 하신 남성회원들이 들으면 섭섭할지 몰라도 이날만은 참석하지 않음에 대해 전혀 원망하지 않았답니다.

 

또한 3월 14일, 이날은 목련화님의 귀뜸처럼 화이트데이,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이라는데 미리 알았으면 준비했으련만..... 너그러이 용서해주세요. 세명의 칠칠치못한 나무꾼을...... 그래도 오늘은 기쁜날, 농담반진담반처럼 남성회원들이 더 왔으면 심사를 거쳐 세명만 선발했을 거라는데 하늘이 이렇게 저같이 비쩍마른 인간도 세명의 나무꾼으로 당당히 간택해주었으니 말입니다.

 

길을 내면서 선두로 올라가던 청송님의 급추락을 계기로 다시 밧줄을 매고 올라갔었지요. 비탈길이 온통 마른 나뭇잎 더미로 보이지만 그 밑은 영락없이 얼음덩이였지요. 모둔 계절의 산은 물론이거니와 겨울산 또한 어김없이 본래의 자기얼굴을 숨기고 있더군요. 산을 오른다는 것은 늘 자연에 대한 겸허함을 배우는 인생공부의 장소같다고나 할까요. 우리 여성회원들을 오뚝이라 부르고 싶더군요.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서는.....

 

이런 명언이 있지요.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이날따라 왜 그리 그 말이 생각나던지...... 세상의 길에서 수없이 절망하고 넘어질지라도 자식과 가정을 위해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는 세상의 수많은 어머니들. 저도 이날 산을 타면서 어머니 생각이 났답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형제자매들을 키워낸, 말로 어찌 다하겠습니까만.....

자 이제부터 수없이 넘어지고 미끄러지고도 보란듯이 다시 일어서는 여덟분의 오뚝이들을 볼까요.  물론 오뚝이같은 몸매는 아니고 다들 몸도 마음이 건강한 분들이지요.

 

처음 이 어려운 장정에 참석하여 몇십분 힘든 기색을 보이더니 금새 어머니의 정신으로 돌아와서 씩씩하게 보란듯이 행진하시는 야자나무님.

 

역시 처음 참석하셨지만 말없이 산을 향해 오르는 성심님, 노인들에 대한 사랑만큼이나 산을 사랑하는 분같아 보였습니다.

 

앞장서서 길을 내다가 한번의 추락을 경험한 청송님, 뒤에서 지켜보던 향원회장님도 덩달아 놀라서 어쩔줄을 모르고 온몸이 굳어졌지요. 그리 심하지 않다니 천만 다행입니다.

 

이제는 산만보면 즐거워하는 연극배우님, 연극배우님의 산에 대한 사랑이 우리들에게도 감염되고 있지요. 진달래꽃이 피는 봄날, 그대가 외치는 산메아리가 온통 산을 울리겟지요.

 

이제는 그 어떤 길도 무서워하지 않는 설련님, 밧줄을 수습하고 있는 그 모습에서 오뚝이처럼 든든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 마시길 ㅎㅎ.....

 

또 하나의 기쁨을 준 멀리 대련에서 온 kaixinguo누님, 한국에서의 만남이 중국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니 이 인연의 끈을 영원히 가져가야 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대련에서도 오뚝이같은 정신으로 사업번창하길 빌어봅니다.

 

멀리 돼지바위를 바라보고 있는 목련화님, 이날따라 건장치못한 나무꾼(감나무와 이시인)의 밧줄로 인해 무척이나 태공대장님을 그리워하였지요. 믿거나 말거나...... 저 돼지바위같은 복이 그대와 함께하기를.....

 

급한 일정을 쪼개서라도 산행에 참가하는 열혈 산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는 평양님, 저에게 던져준 그 많은 금귤을 동포에 대한 사랑이라고 전 감히 부르겠습니다.

 

주작산의 돼지바위는 정말이지 하늘의 선물같지요. 목련화님이 돼지바위를 보며 朱雀山의 이름을 바꾸잡니다. 猪雀山으로요...... 아마 저 바위를 보면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두들 돼지바위에 반했어요. 돼지바위는 우리들의 사랑을 받으며 점점 더 산꼭대기로 올라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뒤에 수많은 작은 새끼들을 거느리고 말이죠..... 주작산에 갔다오는 날이면 우리들의 꿈속에도 수많은 돼지가 등장하겠지요..... 그렇게 돼지꿈을 꾼 다음날, 우리들 모두 복권 한장씩을 사면 어떨까요....

 

저도 이 여덟분의 오뚝이 속에서 오뚝이가 되어 볼랍니다. 수없이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서는 그 정신을 배우고 싶어서 말입니다.

 

멀리 장춘에 있는 장춘산악회에서 여기까지 왔어요.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올라갈때는 제일먼저 올라가서 밧줄을 묶고 내려올때는 제일 늦게 내려오는 향원회장님이 있어 우리 산악회는 이제 이 미끄러운 얼음길도 무섭지 않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수 있게 힘을 주는 설봉이 늘 곁에 있으니까요.....

 

씩씩한 여성회원님들, 이시인님과 감나무는 뒤에서 걱정하고 있는사이 빙판의 벼랑길을 내려서고 있답니다.

 

저 작은 봉우리 속에 인생의 길같은 수많은 길이 숨겨져 있지요. 봄여름가을겨울..... 우리는 산에서 길을 배우지요.

 

* 후기: 향원회장님, 이시인님도 당연히 고생 많았지요. 3.8절을 기념한 날이니만큼 여성회원들 중심으로 글과 사진을 올려보았습니다. 이날은 그들의 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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