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학이론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포스터 하나가 눈길을 끈다. '청명절의 유래와 현재적 의의', 가볼까 말까로 고민하다고 1시간을 기다려 가서 들었다. 중문계 학생들 전체가 다 모인, 그러고보니 내용이 정치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문화와 민속에 대한 것임에도 약간의 정책적인 강연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연중간에 강연자가 한국 '강릉단오제'의 '유네스코 비물질문화유산 등록'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점, 그리고 중국정부가 작년부터인가 청명절과 단오절, 그리고 중추절을 국가 공식 휴일로 지정하여 휴일로 삼은 점, 올해부터는 꼭 대학(전국단위인지는 모르나 하여간 이 대학)에서 위의 삼명절 전후로 외부의 저명인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열겠다고 선언한 점, 강연말미에 강연자가 '그렇다면 전통청명절의 의의를 어떻게 하면 현재적으로 이어갈 것인가?'에 대해 烧纸(청명절에 조상들을 위해 거리에서 종이을 태우는 일)는 문명적이지 못해 계승하지는 말고 그동안 등한시했던 조상제사의 문명적이고 현대적인 재창조와 청명의 깨끗함의 의미를 정치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계기로 삼는 날(청명과 한식의 유래가 고대국가의 왕과 신하의 고사에서 유래되었다는 하나의 설에 연관하여) 등 등을 볼 때,
한국의 '강릉단오제의 유네스코 비물질유산등록'같은 중원에서 시작된 전통문화의 이름을 다른나라에서 먼저 등록하는 것에 대한(참고로 내가 아는 조선족교수가 '강릉단오제'를 강릉과 한국으로 한정시키면서 중국일반인들이 가진 확대해석적인 오해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게 학생들에게 설득하는 것을 몇번 지켜보면서 이 문제가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느꼈다) 위기의식(꼭 위기의식같은 것은 아니더라도)같은 것을 조심스레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300여명에 가까운 중문계열 전체학생들이 모이고 반장들이 인원을 점검하는 것을 보니 이 강연이 또 하나의 문화선전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내전과 사회주의 해방, 그리고 유래없는 문화암흑기인 문화대혁명을 거쳐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중국정부의 문화정책 성격이 위로부터의 개혁(아래의 뿌리로 부터의 개혁이 아닌)임을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예를들어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의 매장문화를 정부가 나서서 강제로 금지한다면 어떤 일이 벌여질까도 생각나고...... 하여간 문화에 대한 올바란 접근이라면 위로부터의 강제로 인해 없어진 전통문화를 다시 위로부터 부활하자고 강제(물론 위의 상황은 강제가 아닌 계몽에 가깝지만)하는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중국인들이 바라보는 유교와 공자에 대한 생각도 중국정부의 문화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함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중국인들 대부분은 공자와 유교문화에 대해 속으로는 좋은 태도를 가지지 않고 있는 듯한데 지금 전통문화와 관련하여 중국문화의 진수를 떠받드는 슬로건 앞에서는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볼 때(지성인들 또한 마찬가지인 듯 하다) 위로부터의 개혁이 가져다주는 모순, 그 모순이 가져오는 가치혼란(다른역사적 시점에서의 한대상을 다르게 보기)을 읽을 수가 있다. 내 짧은 소견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의 유교와 공자문화는 극단적으로 지지와 반대로 나뉘어지는데 반대파들은(지성인이든 일반인든지 관계없이) 전통문화보존이라는 명목아래에서 조차도 절대로 자부심 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지금 남아있는 유교문화와 공자에 대한 상황은 한국이 중국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데도 불구하고).
하여간 청명절에 대한 중국교수의 강연을 듣고 와서 이런저런 짧은 감상들을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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